운전면허증 안 딴 마음

 


  고등학교 3학년이던 1993년 가을, 학교에서 동무들은 운전면허증 딴다며 부산하게 굽니다. 교사들은 대입시험 끝난 마당에 ‘앞날을 생각해서 요즈음처럼 학교 공부 없이 놀기’만 할 때에 운전면허증이라도 따라고 이야기합니다. 웬만한 동무들은 모두 운전면허 문제집을 들여다보며 시험문제를 외웁니다. 한 번이나 두 번쯤 시험에 떨어지더라도 웬만한 동무들은 고등학교 마칠 무렵 운전면허증을 땁니다.


  나는 그때에나 오늘에나 운전면허증을 안 땁니다. 앞으로도 오래도록 운전면허증 딸 마음 없습니다. 나는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기름 먹는 자동차를 몰 생각 없다’고 말하며, 운전면허증 시험부터 안 치릅니다. 기름 안 먹고 배기가스나 쓰레기 내놓지 않는 자동차가 나올 때에는 운전면허증 따는 시험을 치러 볼까 말까 하고 생각합니다. 공해도 쓰레기도 없이 기름이나 전기조차 안 먹는 자동차가 나온다 하더라도 딱히 자동차를 몰고픈 마음 없어요.


  왜냐하면, 나는 두 다리로 걸을 때가 즐거워요. 천천히 걷고, 때로는 신나게 달리며, 어느 때는 자전거를 탑니다. 들내음 맡고, 구름빛 즐기며, 햇살바람 마십니다. 들풀 쓰다듬고, 나뭇줄기에 귀를 대며, 별바라기 합니다.


  삶을 누리고 싶어 자동차하고 사귀지 않습니다. 책을 손에 잡고 싶어 자동차하고 가까이하지 않습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가 들새 노랫소리 듣고 싶어 자동차를 곁에 안 둡니다. 4346.2.2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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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3-02-26 22:24   좋아요 0 | URL
ㅎㅎ 함께살기님은 저전거파셨죠.헌책방을 다닐적에 자전거로 이동하신걸 본 기억이 나네요.저는 그때나 지금이나 뚜벅이파죠^^

숲노래 2013-02-27 06:17   좋아요 0 | URL
저는 자전거도 다리도 모두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