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에서 쓰레기 캐기

 


  뒷밭으로 삼을 땅에서 쓰레기를 캔다. 기계를 불러 한참 쓰레기를 캐는데 마을 할배 여러 분이 지나가며 말을 거신다. 밭으로 삼으려는데 무엇 하려고 기계까지 불러서 땅을 깊게 파고는 쓰레기를 캐느냐고, 이렇게 땅을 판 김에 다른 쓰레기 가져와서 그 자리에 묻으란다. 콩을 심든 마늘을 심든 뿌리가 길게 뻗지 않으니 깊이 파헤쳐서 쓰레기 안 꺼내도 된다는 말을 자꾸 하신다. 네, 네, 하고 돌아선다. 저 쓰레기더미를 뻔히 쳐다보면서 안 캘 수 없답니다. 내가 먹든 아이가 먹든 누가 먹든, 쓰레기더미에서 자라난 풀이나 열매를 어찌 즐겁게 먹을 수 있겠어요.


  돌이켜보면, 다른 시골에서 살던 때에도 손바닥만 한 텃밭 하나 일구려고 땅을 파고 보니 쓰레기가 어마어마하게 쏟아졌다. 밭이 한 평이면 쓰레기가 한 평 가득, 밭이 열 평이면 쓰레기가 열 평 가득 터져나온다. 기계를 안 쓰고 삽과 괭이를 쓰면, 밭 한 평을 하루 내내 파서 쓰레기를 꺼내야 한달까.


  가공식품이 나오고, 비닐농사 나오고, 농약농사 나오고, 아니 도시라는 곳이 생기고부터 쓰레기가 나온다. 도시 쓰레기가 시골로 온다. 시골사람도 도시사람을 닮아 쓰레기를 끌어들인다. 음료수병을 아무 밭자락에 휙휙 던진다. 해묵은 깡통도 땅속에서 나온다. 도시는 도시대로 모든 땅바닥에 시멘트로 바닥을 하고 아스팔트를 덮느라 쓰레기투성이요, 시골은 시골대로 갖가지 물질문명 쓰레기를 밭자락 밑에 파묻느라 쓰레기더미이다. 4346.2.2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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