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른입니까 11] 폭력읽기
― 학교폭력이 생기는 까닭

 


  바다를 누릴 수 있는 아이들은 바다를 껴안습니다. 멧골을 누릴 수 있는 아이들은 멧골을 어루만집니다. 숲을 누릴 수 있는 아이들은 숲을 보살핍니다. 들을 누릴 수 있는 아이들은 들을 보듬습니다. 풀과 나무를 누릴 수 있는 아이들은 풀과 나무를 얼싸안습니다.


  손바닥에 올려놓는 전화기를 누리는 아이들은 손바닥에 올려놓는 전화기를 아주 어릴 때부터 익숙하게 다룹니다. 컴퓨터나 텔레비전을 쉽게 누릴 수 있는 아이들은 언제나 컴퓨터와 텔레비전하고 사귑니다. 어린이집이건 학교이건 영어바람과 대학입시에 목을 매달아야 하는 아이들은 스스로 시험굴레에 사로잡힙니다.


  바다를 누리거나 멧골을 누리는 아이는 주먹다짐을 하지 않습니다. 바다도 멧골도 아무한테 주먹다짐을 안 하기에, 바다아이와 멧골아이는 주먹다짐을 아예 모릅니다. 숲을 누리거나 들을 누리는 아이는 발길질을 하지 않습니다. 숲도 들도 아무한테 발길질을 안 하니, 숲아이와 들아이는 발길질을 처음부터 몰라요.


  주먹다짐은 학교에서 태어납니다. 아이들을 줄세우고, 아이들을 시험굴레에 가두고, 아이들을 똑같은 모양새와 차림새로 닦달하는 학교에서 주먹다짐이 태어납니다. 아이들을 감옥 같은 시멘트집에 집어넣은 채, 아이들 스스로 생각날개 펴지 못하도록 꺾는 학교에서 주먹다짐이 생깁니다.


  학교를 들여다보면,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번호를 붙여서 불러요. 학교를 살펴보면, 어른들은 아이들을 숫자로 따져요. 성적, 행동발달사항, 어버이 재산, 지능지수, …… 온갖 점수와 숫자를 아이들한테 붙여요. 점수와 숫자가 붙는 아이들은 이녁 동무를 ‘맑은 숨결’이나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마주하지 못합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했듯이 동무들을 똑같이 점수와 숫자로 바라봅니다. 서로서로 점수와 숫자로 바라보거나 따지니, 저절로 계급이나 신분이 생기고, 차츰차츰 돌림뱅이 할 만한 여린 아이를 찾아냅니다. 누군가 돌림뱅이가 되고 나면, 시나브로 주먹다짐이 태어나고, 서로서로 아끼고 돌보는 사랑이 아닌 서로서로 괴롭히고 들볶는 주먹다짐이 자라납니다.


  학교에서 어른들이 사랑을 가르치는 적 없으니,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이 여린 동무를 주먹다짐으로 괴롭힙니다. 이른바 학교폭력입니다. 아이들이 대학입시 때문에 고등학교와 중학교와 초등학교, 게다가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조차 시들시들 앓으니, 서로서로 주먹다짐으로 괴롭히면서 ‘나라도 한몸 살아남자’고 발버둥입니다.


  어른들 사회를 헤아려 봐요. 어른들도 물질만능 경쟁주의 도시에서 살아남으려고 거짓말을 하고 돈을 빼돌리며 검은돈을 먹이는 짓을 서슴지 않아요. 어른들부터 사회에서 돈을 빼돌리려 하고, 신분과 계급을 높이려 발버둥쳐요. 어른들부터 사회에서 이웃과 동무를 살가이 아끼는 길을 안 걸어요. 새까맣고 커다란 자가용을 몰면 무언가 으슥거릴 만하다 여기는 어른이에요. 새까만 양복을 걸치고 비서를 두어야 어쩐지 우쭐거릴 만하다 여기는 어른이에요. 사랑을 찾거나 사랑을 나누거나 사랑을 빚으려는 어른은 어디에 몇 사람쯤 있을까요. 사랑을 꿈꾸거나 사랑을 심거나 사랑을 이루려는 어른은 더이에서 무슨 일을 할까요.


  이런 대책을 세우거나 저런 정책을 내놓는대서 학교폭력이 사라지지 않아요. 감옥을 짓고 새 법을 짓는대서 어른 범죄가 사회에서 사라지지 않아요. 경찰이 늘거나 군대가 있는대서 평화가 찾아오지 않아요. 생각해 봐요. 경찰이 얼마나 많은데 범죄 또한 얼마나 많은가요. 감사원이라는 공공기관 있어도 공공기관 일꾼들이 얼마나 거짓을 많이 일삼고 나쁜 짓은 또 얼마나 자주 저지르는가요.


  군대로 지키는 평화가 아니라, 군대 없이 지키는 평화예요. 감사원으로 지키는 올바름이 아니라, 감사원 없이 지키는 올바름이에요. 경찰로 범죄를 막지 않고, 경찰 없이 범죄를 막을 뿐이에요. 곧, 학교폭력이 사라지자면, ‘입시지옥 학교’가 사라져야 해요. 입시지옥 학교 아닌 ‘사랑 어린 학교’일 때에, 차츰차츰 학교폭력이 사라질 수 있어요.


  아이들이 삶을 배울 수 있어야 해요. 우리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대학입시 그만 시키고, ‘삶 배우기’를 나누어 줄 수 있어야 해요. 어른부터 스스로 아름답게 살아가는 길을 걸어야 해요. 어른부터 스스로 즐겁게 일하고 즐겁게 놀며 즐겁게 어깨동무해야지요. 돈벌이에 얽매인 생체기계 아닌 한 사람이 되어야지요. 삶을 짓는 고운 숨결로 우리 어른들 모두 새로 태어날 수 있어야지요.


  아이들은, 놀아야 합니다. 아이들은, 어버이한테서 아름다운 숲과 바다와 멧자락에 얽힌 이야기를 사랑스레 들으며 자라야 합니다. 아이들은, 꿈을 꾸어야 합니다. 아이들은, 서로서로 맑은 목소리로 노래하고 뛰놀면서 푸른 꿈을 빛내야 합니다.


  밝은 삶을 보아야 합니다. 밝은 삶이 있는 줄 느껴야 합니다. 밝은 삶이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우며 즐거운가를 몸으로 맞아들여야 합니다. 아이들 마음밭에 웃음씨앗 한 톨 자랄 수 있기를 빕니다. 어른들 마음밭에도 나란히 웃음씨앗 두 톨 뿌리내릴 수 있기를 빕니다. 4346.2.14.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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