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설을 앞두고 음성 할머니한테서 전화 한 통 온다. 오늘(2월 7일) 음성 할머니 할아버지 계신 데는 영 도 밑으로 스무 칸 내려갔고, 이듬날은 더 추울 테니 애들 데리고 올 수 있겠느냐고, 눈 치우느라 바쁘시단다. 고흥에서는 눈을 구경하지 못하고 바람만 휭휭 부는데, 전라남도 시골과 충청북도 멧골짝은 참 많이 벌어지는구나. 너무 추우니 설에 오지 말라 이야기를 하시는데, 겨울이니 마땅히 추울 테고 우리 아이들은 추위를 많이 겪어 보아 괜찮으니 그냥 가겠다고 이야기한다.
전화를 끊고 한참 생각한다. 날씨를 곰곰이 헤아린다. 오늘부터 여러 날 몹시 추울 듯하다. 아직 고흥에서는 물을 안 틀고 지내는데, 요 며칠 사이에는 좀 많이 춥겠구나 싶다. 이런 날씨에 여러 날 집을 비우면 물이 어떻게 될까. 우리가 쓰는 물은 땅밑물이라 하지만, 물관을 박아서 끌어올리니까 추위에 얼어붙어 못 쓸 수 있다.
설을 앞두고 음성에 가려고 미리 끊은 기차표를 살핀다. 다른 날에 갈 수 있나 알아본다. 다른 날에는 차표가 없다. 그러면, 이 기차표를 인터넷으로 취소할 수 있는가 알아본다. 순천 기차역에 가야만 취소할 수 있다. 이래 해도 만만하지 않고, 저래 해도 순천까지 나들이를 해야 한다. 시골에서 살아갈 때에는 조용하니 좋지만, 한 번 움직이자면 골이 살짝 아프구나. 네 식구 움직이는 기차삯이 꽤 되니 순천을 다녀올밖에 없으리라. 설을 지나고 날씨가 풀리면 그때에 찾아가야겠구나. 4346.2.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