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카
우미노 치카 지음 / 시리얼(학산문화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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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 즐겨읽기 215

 


좋아하는 꿈대로 살아가기
― 스피카
 우미노 치카 글·그림,서현아 옮김
 시리얼 펴냄,2012.8.25./7000원

 


  추운 겨울날 포근한 겨울비가 내립니다. 여섯 살 큰아이는 겨울비를 바라보며 묻습니다. “왜 눈이 안 오고 비가 와?” 왜 눈이 안 오고 비가 올까요. 네 식구 살아가는 두멧시골 고흥은 따스한 곳이기 때문일 테지요. 다른 데에는 눈이 펑펑 내리더라도 이곳은 비가 살살 흩뿌리거든요.


  빗물이 온 들과 숲을 적십니다. 마당 한켠 후박나무와 동백나무도 빗물에 젖습니다. 포근한 겨울비라지만, 아직 들풀한테는 차가운 빗물일 수 있어요. 엊그제 해가 따사로이 비추며 막 봉오리 벌린 들꽃은 ‘아이 추워!’ 하면서 서둘러 봉오리를 닫고 오들오들 떨는지 몰라요. 냉이꽃도 봄까지꽃도 광대나물꽃도 모두 벌벌 떨며 얼른 봄 오기를 빌는지 모릅니다.


- 아빠랑 나는 자동차로 바닷가를 달려 언젠가 셋이서 왔던 먼 동물원에 찾아왔다. 오늘은 생일이다. 아빠 생일은 아니다. 내 생일도 아니다. 엄마 생일이다. (3쪽)


  눈이 드문 시골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은 퍽 서운합니다. 눈밭에서 손과 볼이 꽁꽁 얼더라도 눈놀이 하는 즐거움이 몹시 큰 줄 알거든요. 눈을 뭉치고 싶고, 눈을 먹고 싶고, 눈을 맞고 싶습니다. 눈밭에서 구르고 싶고, 눈송이를 만지고 싶습니다.


  그래, 이곳에는 눈이 드물어요. 그렇지만, 바람이 있어요. 구름이 있어요. 맑은 햇살이 있어요. 일찍 깨어나는 들꽃이 있어요. 한갓지게 먹이를 찾는 들새와 멧새가 있어요.


  아이한테 바람내음 맡아 보라고 이야기합니다. 바람은 어떤 내음을 실어 우리한테 찾아오는가 묻습니다. 들에서는 어떤 내음을 맡을 수 있고, 풀잎을 쓰다듬을 때에 어떤 느낌인지 헤아려 보라 이야기합니다.


  올겨울에는 12월 첫머리에 제법 추웠습니다. 그래서, 우리 집 동백나무는 12월에는 꽃봉오리가 열리지 않았어요. 나중에 살피니 잘 안 보이는 깊숙한 데에서 두세 송이 피었다가 찬바람에 꽁꽁 얼었는데, 엊그제 살피니 새로 한 송이 막 피어났더군요. 아침에 아이들이 일어나면 동백꽃 보자고 해야지요. ‘아이야, 우리 시골에 눈은 얼마 없지만, 이렇게 꽃이 있단다. 아직 찬바람 부는데 이처럼 곱게 피어나는 꽃이 있어. 너도 알지? 우리 살아가는 이 마을 이름은 동백마을이잖아.’


- “아, 진짜 어딜 가나 똑같네. 우리 집도 그래. ‘성적 떨어지면 발레 그만둬!’ 하고.” (20쪽)
- “그런데 너, 몇 번이나 하는 말이지만, 발레는 이제 그만하지 그러니? 대학입시가 더 중요하잖아. 물론 좋아하는 건 엄마도 이해하지만, 발레로 먹고사는 사람은 수천 명 중 하나도 안 되는 거 알아?” (23쪽)


  아직 마을 어르신들이 풀약을 안 치셨을 때, 봄풀을 한껏 누리려고 생각합니다. 이 풀을 뜯고 저 풀을 캐면서 손과 몸과 마음을 살찌우려고 생각합니다. 날이 더 풀리면 톱을 들고 대밭에 가서 잘 자란 대나무 몇 그루 자를 생각입니다. 대나무로 짐시렁을 만들어 보려고요. 그럼, 아직 이럭저럭 추운 이 겨울에는 무엇을 할까요. 음, 방에서 그림을 그리며 놀까. 옷 두툼하게 입고 마실을 다닐까. 자전거수레를 끌고 겨울자전거를 탈까. 밥 맛있게 지어 먹고 서재도서관 나들이를 할까.


  아침 햇살 살며시 스며듭니다. 빗방울은 거의 그칩니다. 먹이 찾는 멧새 몇 마리 마당을 가로지르는 소리를 듣습니다. 마을 사이로 흐르는 조용한 바람을 느낍니다. 구름이 짙게 끼었지만 날은 퍽 밝습니다. 구름이 끼면 빛이 줄지만, 구름이 끼기에 그늘이 생기고, 그늘이 생기며 풀과 나무는 얼마쯤 쉽니다. 구름이 걷히며 따스한 볕이 드리우고, 따스한 볕은 새삼스레 풀과 나무를 살찌웁니다.


  사람도 볕을 먹으며 살아갑니다. 볕을 살갗으로 쬐며 숨결을 북돋웁니다. 볕을 듬뿍 머금은 풀과 곡식과 열매를 먹으며 목숨을 잇습니다. 볕이 없거나 빛이 없으면, 어느 누구도 사람답게 숨결을 건사할 수 없어요. 그리고, 볕이 드리울 흙이 있어야겠지요. 볕이 흙으로 드리우며 풀과 나무가 볕을 먹어야 합니다. 또한, 볕이 드리우는 따스한 기운 머금는 바람이 흐르며 사람과 풀과 나무가 푸르게 숨을 쉬어요.


- “뭔가를 좋아한다는 게 그렇게 나쁜 일이야? 웃음거리가 될 만큼?” (28쪽)
- “그래도, 울어도 그만둘 수 없을 만큼 좋아하는 게 있다는 건, 분명 굉장한 일일 거야.” (31쪽)


  우미노 치카 님 만화책 《스피카》(시리얼,2012)를 읽습니다. 좋아하는 꿈대로 살아가고픈 사람들 이야기를 읽습니다. 아이도 어른도 스스로 좋아하는 꿈을 누리면서 살아가고프지, 어떤 눈치나 눈길에 휘둘리면서 살아가고프지 않습니다.


  꿈은 숫자로 따지지 않습니다. 꿈은 성적이나 시험이나 등수로 매기지 않습니다. 꿈은 사랑으로 헤아립니다. 꿈은 스스로 좋아하는 마음으로 돌아봅니다.


  내가 일구는 삶이기에, 내가 좋아하는 길을 걷습니다. 내가 누리는 하루이기에, 내가 꿈꾸는 길을 걷습니다. 그렇지요. 내 삶을 다른 사람 말에 휘둘리며 일굴 까닭 없어요. 내 삶을 다른 사람 눈치에 휩쓸리며 걸어갈 까닭 없어요.


  하늘을 좋아해 주셔요. 해를 아껴 주셔요. 빗물과 눈송이를 사랑해 주셔요. 흙을 보살펴 주셔요. 풀과 나무를 안아 주셔요. 풀벌레와 들짐승과 멧새를 두루 지켜 주셔요. 4346.2.4.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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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3-02-04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꿈대로 살아가기 - 를 지지합니다. 어떤 강요가 필요없어요. 어떤 강요가 해악일 때가 많아요. 제 딸들한테 꿈에 관한 한, 자유를 줬어요.

저는 하늘을, 해를, 빗물을, 눈송이를, 풀과 나무를 사랑하는 1인이에요. ^^

숲노래 2013-02-04 21:19   좋아요 0 | URL
모든 아이도,
또 모든 어른도,
좋아하는 꿈을 이루며 살아갈 수 있기를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