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화력발전소 18곳

 


  2013년 들어 옛 정권과 새 정권은 나란히 손을 맞잡으며 ‘새 화력발전소 18곳’을 짓겠다고 밝힌다. 전남 고흥과 해남은 국립공원 터에 화력발전소 지으며 시골 들판과 바다 더럽히는 짓을 하지 말라고 여러 달에 걸쳐 반대운동을 한 끝에 물리쳤지만, 나라안 열여덟 곳에서는 열여덟 군데에 이르는 화력발전소를 새로 짓는다고 시끌벅적하다.


  얼마나 많은 돈을 움켜쥐어 보상금(지역발전금)으로 선물한다기에 이렇게 하루아침에 열여덟 군데 화력발전소 새로 짓는다는 소리가 나올까. 게다가, 왜 이렇게 발전소를 많이 지어야 할까.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 전기가 얼마나 모자라기에 발전소를 또 짓고 새로 짓고 자꾸 지어야 할까.


  한국에 전기가 모자라서 발전소를 새로 짓는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사람들 살림살이에서 전기를 더 쓰고 자꾸 쓰며 많이 쓰도록 내몰면서 끝없이 발전소를 지으려고 하는구나 싶다.


  전기를 써야 한다면, 작은 집에서 작은 살림 일구며 쓸 만한 전기를 스스로 빚도록 꾀하면 된다. 그러나, 도시에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도시 살림은 ‘작은 집’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그마한 살림집이나 2층·3층 살림집조차 사라지면서 높다란 아파트가 들어선다. 아파트에서 살림 꾸리는 이는 혼자 제아무리 전기를 덜 쓰거나 안 쓴다 하더라도, 승강기 전기를 써야지, 골마루마다 전기를 써야지, 또 이것저것 아파트 시설을 건사하려면 전기를 써야 한다.


  도시는 찻길마다 등불을 환하게 밝힌다. 도시는 가게마다 불빛을 늦도록 밝힌다. 지하상가 불을 밝혀야 하고, 지하상가 환풍기와 에어컨과 난방기를 돌려야 한다. 도시사람 쓰고 버리는 갖가지 물건을 만드는 공장은 끝없이 전기를 쓴다. 도시사람 먹을 돼지고기와 소고기와 닭고기를 공장에서 키워 죽이고 비닐봉지에 담자면 전기를 터무니없이 쓴다 …… 곧, 도시가 커지면 커질수록 전기 쓸 일이 자꾸 생긴다. 전기가 모자라다면 도시를 자꾸 키우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발전소를 짓자면 도시 한복판에 지을 노릇인데, 도시사람은 위험·위해시설을 도시 한복판에 두지 않는다. 곧, 위험·위해시설이 도시사람 살림집 곁에 없다 보니, 발전소를 자꾸 짓는다는 정책이 나와도 살갗으로 못 느낀다. 발전소에서 내뿜는 공해와 매연과 쓰레기가 얼마나 많은 줄 못 느끼고, 발전소와 송전탑이 뿜는 전자파가 얼마나 나쁜 줄 못 느끼며, 송전탑 놓느라 들과 숲과 멧골이 얼마나 파헤쳐지거나 무너지는가를 못 느낀다. 지역발전금이라는 허울을 뒤집어씌워서 보상금을 잔뜩 갖다 안기며 짓는 발전소인데, 이런 발전소를 지으며 ‘돈’이 들어온다고 좋아하고 마는 오늘날 사람들 모습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돈이 눈이 먼 이들은 어떤 내 이웃이라 할 만한가. 전기를 펑펑 쓸 수밖에 없는 도시에서 톱니바퀴 회사원이나 공무원이나 노동자 자리를 지키는 이들은 어떤 내 동무라 할 만한가. 4346.1.29.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