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소비자’와 ‘알라딘’

 


   도서정가제가 옳으냐 그르냐를 놓고 인터넷책방 알라딘이 한창 시끌벅적합니다. 인터넷책방 알라딘은 스스로 옥신각신합니다. 참 덧없는 옥신각신 아니랴 싶습니다. 책 읽는 사람을 ‘삶벗’으로 여긴다면, 이런 옥신각신은 드러나지 않겠지요. 책 읽는 사람을 ‘소비자’로 여기니까, 이런 옥신각신이 드러나겠지요.


  대형마트와 재래시장 사이, 또 대형마트와 구멍가게 사이, 이래저래 말이 많고 탈이 많아, 대형마트를 규제하는 법이 따로 생깁니다. 흔히 이런 일을 놓고 ‘소비자’를 들먹이지만, ‘소비자’라고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마을사람이 있고 동네이웃이 있을 뿐입니다. 정치꾼은 으레 ‘국민’을 읊지만, 국민이라는 낱말은 일제강점기에 제국주의자들이 ‘천황을 모시는 나라 사람’이라는 뜻에서 지은 어처구니없는 낱말이자, 이름도 얼굴도 없는 낱말입니다. 이 땅에 ‘국민’이란 없어요. ‘사람’이 있고, ‘이웃’이 있으며, ‘동무’가 있을 뿐입니다.


  인터넷으로든 매장으로든 책을 사는 사람은 ‘소비자’가 아니라 ‘책손’이자 ‘책벗’입니다. 이름도 얼굴도 없이 돈을 쓰는 ‘소비자’란 없습니다. 책을 사는 사람만 있을 뿐입니다.


  책을 팔아 돈을 벌려고 한다면, 돈을 얼마나 벌어야 할는지, 돈을 얼마나 벌고 싶은지, 알라딘책방 스스로 생각할 노릇입니다. 도서정가제가 책장사에 도움이 안 된대서 반대하고 싶다면, 속내를 밝히면 될 노릇입니다. 스스로 즐겁게 책장사를 해야지요. 소비자 아닌 독자를 앞세우거나, 마치 작가와 출판사 권리를 지킬 수 있다는 듯이 내세워서는 안 될 노릇입니다. 이보다 엉뚱한 연극(연기)이란 없겠지요.


  도서정가제가 있거나 없거나, 가장 아름답고 가장 맑으며 가장 사랑스럽게 책을 다룰 수 있어야 비로소 ‘책방’이라는 이름을 쓸 수 있습니다. 생각하거나 지키려고 하는 것은 어떤 법이나 규제여서는 안 되지요. 사람을 바라보고, 삶을 생각하며, 사랑을 나누는 길을 걸어야지요.


  알라딘이라는 곳이 알라딘‘책방’으로 있기를 빕니다. 알라딘‘할인사이트’로 가지 않기를 빕니다. 4346.1.25.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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