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구이

 


  큰아이가 개구지게 놀다가 그만 신 두 짝 흠씬 적신다. 돌절구에 얼음이 동글게 끼었는데, 밟고 놀려 하다가 그만, 얼음 아래쪽은 얼지 않고 물이 있어 신이며 양말이 옴팡 젖는다. 쳇, 그러게, 거기서 놀지 말랬잖니. 큰아이가 신 젖었다고 울먹이지만, 괜찮아 그렇게 놀아도 돼, 하고 말하면서 대숲마실을 했고, 대숲마실을 마치고 나서야 비로소 신과 양말을 벗으라 이른다. 그러고는 양말은 빨고 신은 흙을 떨군 다음 난로에 척 걸친다. 장작으로 난로를 때는 곳에 머물면 이렇게 신도 양말도 바로 말릴 수 있어 좋구나. 우리 집 아닌 바깥마실 나온 길이라 신을 바싹 말려야 한다. 큰아이는 맨발로 뛰놀고, 작은아이는 저도 양말 벗겠다고 보챈다. 작은아이야, 네 누나는 신이랑 양말 몽땅 적셔서 벗었고, 너는 그대로 신어야지. 난로에 큰아이 신 두 짝 올려놓고 보니, 꼭 ‘신발구이’ 같다. 이 신발구이 먹을 사람? 4346.1.22.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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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3-01-22 16:17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저런 아련나 추억, 눈밭에서 놀다가 달랑 한컬레 있는 신발이 젖어 아궁이에 생선굽듯이 바싹 놓았다가 어디서 발꼬랑내 난다는 엄마 말에 ㅋㅋ웃었지요 부엌에 내 발꼬랑내 난다고 ,,,ㅎㅎ

숲노래 2013-01-22 18:29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그런데 아이들 발꼬랑내는
귀여운 오징어 냄새쯤 된달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