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신문

 


  서울에 있는 신문은 서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그러나, 서울에 있는 신문이라 하더라도 서울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기보다, 서울에서 터지고 깨지며 부서지는 사건이랑 사고를 다루기 일쑤입니다. 서울에서 정치권력·사회권력·경제권력·문화권력 누리는 이들 이야기라든지, 또는 이들 서울 쪽 권력자들 사건과 사고를 다룰 만하구나 싶습니다.


  나는 사건이나 사고를 바라지 않습니다. 나는 사랑스레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도시에서 살아갈 적에 일찌감치 신문을 끊습니다. 나 스스로 내 마음 살찌울 책을 바라고, 나 스스로 즐거이 이웃하거나 동무할 사람들 살가운 이야기를 찾아나섭니다.


  시골에서 아이들과 살아가며 따로 신문을 읽지 않고 방송을 틀지 않습니다. 시골에서 시골바람을 쐬고 시골햇살을 마시며 시골노래를 부릅니다. 멧새가 기자요, 풀벌레가 피디입니다. 제비가 특파원이고, 후박나무가 제보자입니다. 들풀과 숲이 너른 이야기밭입니다.


  생각해 보니, 우리 식구들 아직 도시에서 살던 때, 우리한테 기자 구실을 한 님은 골목집 나즈막한 지붕입니다. 우리 식구들 아직 도시에서 살아가던 지난날, 골목꽃과 골목나무와 골목밭과 골목하늘과 골목문패와 골목우체통과 골목고양이와 골목빨래와 골목창과 골목문과 골목골목 흐드러지는 빛살이 모두 신문이자 방송 구실을 했구나 싶습니다.


  시골에서 시골사람하고 어깨동무를 할 신문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어떤 이야기를 담아서 나눌 때에 아름다울까 생각해 봅니다. 시골에서 시골사람으로 살아가며 하루하루 활짝 웃는 기쁨을 누리는 동안, 어떤 신문을 엮고 어떤 이야기를 짜며 어떤 꿈을 키울 때에 어여쁠까 하고 헤아려 봅니다.


  삶빛은 나한테서 샘솟습니다. 삶결은 내가 손수 보살핍니다. 삶노래는 나부터 부릅니다. 삶이야기는 내 사랑이 어우러지는 춤사위로 빚습니다. 시골마을 장흥에서 새 신문 일구려 하는 분들을 만나는 자리에서, 시골신문은 어떤 시골빛이고 어떤 시골꿈이며 어떤 시골사랑일까 하고 조용히 돌아봅니다. 4346.1.2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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