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26] 맑은빛
조잘조잘 말놀이 즐기는 여섯 살 큰아이가 자꾸자꾸 묻습니다. “아버지 이거 뭐야?” “그래, 그것은 무얼까?” 여섯 살 큰아이는 눈에 보이는 대로 이름을 묻습니다. 두런두런 이름을 알려주다가 “그래, 그것은 무엇처럼 보이니? 스스로 이름을 붙여 봐. 느끼는 대로 이름을 붙이면 돼.” 하고 말합니다. 알록달록한 무언가 있으면 큰아이는 또 묻습니다. “아버지 이거 무슨 빛깔이야?” 빛깔이름 하나씩 말하다가는 “무슨 빛깔로 보여?”라든지 “무슨 빛깔이라 하면 좋을까?” 하고 되묻습니다. 아이랑 이러쿵저러쿵 말놀이를 하다가, 엊저녁 새삼스러운 ‘빛깔 묻기’를 할 적, 속이 환히 비치는 작은 핀 같은 못을 가리키며 또 “무슨 빛깔이야?” 하기에, “음, 이것은 속이 맑게 비치네. 맑은빛이로구나.” 하고 말합니다. 속으로는 ‘투명(透明)’이라는 한자말을 떠올리는데, ‘어라, 사람들도 나도 으레 ‘투명’이라 말하곤 하는데, 가만 보니 한국말로는 ‘맑은빛’이네.’ 싶습니다. 때로는 ‘물빛’이라는 낱말로 속이 비치는 느낌을 나타내곤 합니다. 물빛은 물빛대로 좋고, 맑은빛은 맑은빛대로 좋다고 느낍니다. 빨간빛이나 파란빛이라고도 말하듯, 맑은빛이라고 새로 짓는 빛깔이름 하나 곱다고 느낍니다. 어느 때에는 ‘밝은빛’을 말할 수 있겠지요. ‘고운빛’이나 ‘기쁜빛’이나 ‘웃음빛’이나 ‘눈물빛’을 노래할 수 있겠지요. 4346.1.2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