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24] 차상위계층
내 한 달 벌이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에 들지만, 내 아버지가 ‘공무원 연금생활자’이기 때문에, 나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가 못 됩니다. 다만, ‘차상위계층’이라는 이름을 얻습니다. 한자로 적으면 ‘次上位階層’이라 하는데, 다른 이름으로는 ‘잠재적 빈곤층’이라 한답니다. 그런데, 나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라는 이름도, ‘차상위계층’이라는 이름도, 도무지 무엇을 뜻하거나 가리키는지 모르겠습니다. 쉬운 말로 ‘가난뱅이’란 소리일 텐데, 왜 이렇게 어려운 한자말로 껍데기를 잔뜩 뒤집어씌워야 하는지 알쏭달쏭합니다. 가난은 부끄러움이 아니요, 돈이 없대서 못나지 않습니다. 가멸찬 살림이라서 부러울 일 없고, 돈이 있대서 잘나지 않아요. 그예 서로 이웃이요 저마다 동무이며 다 함께 사람입니다. ‘가난뱅이’가 여러모로 낮잡는 낱말이라 느낀다면 ‘가난이’라든지 ‘가난살림’처럼 이름을 붙일 수 있습니다. 가만히 따지면, ‘중산층’이라는 이름도 어딘가 어설퍼요. ‘중산’이란 무엇인가요. 또 ‘층’이라는 꼬리말을 붙이며 높낮이를 따져야 할 까닭은 무엇인가요. ‘가난살림·넉넉살림’처럼 꾸밈없이 말하면서, ‘적은돈·많은돈’처럼 수수하게 말을 섞으면서, 서로 살가이 어깨동무를 할 수 있기를 빕니다. 4346.1.17.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