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945) 얄궂은 말투 95 : 산보, 미소

 

스님 두 분이 아침 산보를 나왔다가 내게 다가옵니다 … 어린아이처럼 맑은 미소를 띠며 나와 함께 신기한 듯 계속 바라봅니다
《안재인-아니온 듯 다녀가소서》(호미,2007) 116쪽

 

  한자말 ‘신기’는 ‘新奇’일 때에는 “새롭고 기이하다”를 뜻하고, ‘神奇’일 때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색다르고 놀랍다”를 뜻합니다. 보기글에서는 어느 쪽일까요. 어느 쪽이라 하더라도 “신기한 듯”은 “놀라운 듯”이나 “새로운 듯”이나 “새삼스러운 듯”으로 다듬어 봅니다. ‘계속(繼續)’은 ‘자꾸’로 손질합니다.


  이 글월에서는 “아침 산보”와 “맑은 미소를 띠며”라는 말투가 나오는데, 적기로는 한글이지만, 알맹이로는 한국말이 아닙니다. ‘산보’와 ‘미소’는 한국사람이 쓰는 낱말이 아니거든요.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산보(散步)’는 “= 산책(散策)”이라 나옵니다. 다시 ‘산책(散策)’을 찾아보면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걷는 일”이라 나옵니다. 국어사전 말풀이를 읽으면 느낄 수 있는데, 국어사전 말풀이 또한 껍데기는 한글이지만 알맹이는 한국말이 아니에요. “휴식을 취하거나”란 무슨 소리인가요. “건강을 위해서”는 또 무슨 소리일까요. 국어사전부터 한국말을 옳고 바르게 써야 알맞습니다. “쉬거나”로 적고 “몸을 생각해서”로 적어야 알맞아요. 그리고, ‘산보’이든 ‘산책’이든, 한국말로는 ‘걷기’로 적어야 올바릅니다. 이 자리에서는 ‘마실’이나 ‘나들이’로 적을 수 있어요.


  ‘미소(微笑)’라는 낱말은 국어사전 말풀이에 “소리 없이 빙긋이 웃음”이라고 나오지요. 지난날 이오덕 님이 숱하게 이 낱말을 꼬집었고, 방송에서도 이 낱말은 안 써야 한다고 나오는데, 누가 꼬집든 방송에서 다루든, 한국말이 될 수 없는 ‘미소’예요. 한국말은 ‘웃음’이니까요. 그러나, 한국사람은 한국사람이면서 한국말 익히고 가다듬는 일에는 젬병인 탓에, 자꾸자꾸 ‘미소’라는 낱말을 들먹이면서 한국말 ‘웃음’은 자취를 감춥니다. 요새는 ‘스마일(smile)’ 같은 영어까지 끼어듭니다. 한국사람은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세 가지 말을 쓰는 꼴입니다. 이동안 ‘빙긋이’나 ‘빙그레’나 ‘빙긋’이나 ‘빙글’ 같은 낱말은 차츰 사라져요. ‘싱긋’이든 ‘싱글’이든 설 자리가 없어요. 말놀이가 아니라 참말로, ‘싱글’이라 적은 낱말을 바라보는 한국사람은 웃음결 가리키는 낱말이 아니라 영어 ‘single’을 떠올릴 테니까요. 4346.1.8.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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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두 분이 아침 마실을 나왔다가 내게 다가옵니다 … 어린아이처럼 맑게 웃음을 띠며 나와 함께 새삼스러운 듯 자꾸 바라봅니다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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