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바다
벼포기는 무럭무럭 자라 아이들 키보다 웃자랍니다. 옥수수포기도 씩씩하게 자라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 키보다 웃자랍니다. 수수도 해바라기도 모시도 모두 튼튼하게 자라며 높이높이 키를 뻗칩니다.
여름날 들판에 서면, 이야 풀밭이네 하는 소리 아닌, 이야 풀바다로구나 하는 소리가 절로 튀어나옵니다. 날마다 새롭게 자라나는 풀은 어느새 우리 키를 훌쩍 뛰어넘습니다.
풀숲에 깃들며 풀내음 물씬 받아먹습니다. 풀밭에 깃들며 풀소리 담뿍 받아들입니다. 바람이 불어 서걱서걱 노래를 짓습니다. 풀잎이 서로 몸뚱이 비비며 내는 싱그러운 노래를 짓습니다. 푸르게 빛나는 풀잎은 푸르게 속삭이는 노래입니다. 푸르게 싱그러운 풀잎은 푸르게 웃음짓는 노래입니다.
풀바다에 안겨 춤을 추는 아이는 풀마음을 키웁니다. 풀바다에 뛰어들어 뛰노는 아이는 풀사랑을 보듬습니다. 4346.1.8.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