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아니? 아기는 말야!
호시가와 히로코.호시가와 하루오 사진, 김정화 옮김 / 애플비 / 2007년 2월
평점 :
품절


 

 

 

어린이가 읽는 사진책 18

 


아이도 사진도 무럭무럭 자란다
― 너도 아니? 아기는 말야!
 호시가와 히로코·호시가와 하루오 글·사진,김정화 옮김
 애플비 펴냄,2007.2.10./8000원

 


  아이들과 살아가는 어버이는 누구나 사진쟁이가 됩니다. 날마다 무럭무럭 자라나며 귀엽게 노는 아이들 모습을 사진으로 찍지 않고는 못 배길 테니까요. 그러나, 어떤 어버이라도 ‘아이들 모습 사진으로 찍으려’고 사진학교를 다니거나 사진교실에 나가는 일은 없어요. 아니, 이런 학교 저런 교실에 드나들 겨를이 없지요. 아이들 보살피고 먹이고 입히고 재우고 함께 놀고 하느라 하루 해가 꼴딱 넘어가거든요. 게다가 응애응애 울어대는 아이들 데리고 다닐 만한 학교나 교실은 아직 없다 할 만합니다. 아이들 기저귀를 갈거나 젖을 물리면서 들을 만한 수업이나 강의는 얼마나 있을까요.


  아이들 어버이는 따로 ‘사진찍기’를 배운 적 없이, 가벼운 사진기나 손전화 기계로 아이들 사진을 찍습니다. 어떤 틀이나 황금비율은 모를 뿐더러, 이렇게 찍으면 더 예쁘게 나온다든지 저렇게 찍으면 더 멋스러이 보인다든지 하는 지식이 없지만, 날마다 마주하는 싱그러운 빛을 사진으로 담습니다.


  전문 사진쟁이한테 아이들 사진을 맡기면 참말 예쁘장하며 멋스러운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문 사진쟁이는 ‘내 아이’하고 ‘이웃’은 아니에요. 이웃은 아니기에 ‘겉으로 보이는 모습을 그럴듯하게 옮길’ 솜씨나 재주는 있더라도, ‘속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스러운 빛과 넋을 길어올릴’ 손길이나 꿈길까지는 건사하지 못하지요. 그래서, 아무리 아이들 사진 많이 찍었다 하는 사진쟁이라 하더라도, 여느 어버이가 여느 아이들 찍는 사진에서처럼 고운 결과 무늬와 이야기까지 보여주지는 못해요.


  두 아이와 살아가는 어버이로서 문득문득 생각합니다. 흔히, 사진학과 교수나 비평가나 전문 사진꾼이 ‘많은 사람들한테 사진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어느 모로 본다면, 여느 어버이들이 아이들과 부대끼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사진학과 교수나 비평가나 전문 사진꾼이 찬찬히 귀담아들으면서 ‘아이들을 사진으로 담는 넋과 꿈과 사랑’을 배울 노릇 아닐까 하고. 그러니까, 나로서는 사진도 찍고 두 아이를 돌보는 나날이 몹시 즐거우며 고맙습니다. 한편에서는 사진을 즐기면서 날마다 새롭게 배웁니다. 다른 한편에서는 아이들 보살피면서 나날이 새로운 빛과 넋과 꿈과 사랑을 나눕니다. 두 가지를 함께 누리면서 살아가는 나날이란 참 보배롭고 아기자기해요.

 

 

 


  호시가와 히로코·호시가와 하루오 두 분이 엮은 사진으로 빚은 사진책 《너도 아니? 아기는 말야!》(애플비,2007)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사진이 참 곱고, 이야기가 퍽 앙증맞습니다. 와, 일본에서는 이런 멋진 사진책을 내놓기도 하는구나.


  책끝에 붙은 말을 읽습니다. 사진책 《너도 아니? 아기는 말야!》는 ‘아이들 사진을 따로 사진관 차려서 찍어 주는 두 사람’이 찍어서 빚습니다. 사진책에 ‘모델’이 된 두 아이를 돌보는 어버이는 “레이가 촬영을 싫어하지 않아서 다행이에요. 저도 우리 가족 말고 다른 분이 아이가 자라는 모습을 주의 깊게 봐 준다고 생각하니 기뻤고, 마음이 든든했어요. 어떤 책이 될지 걱정이 되면서도 즐거웠어요. 사진하고 글이 들어간 원고를 보여주셨을 때는 정말 기뻤어요. 어른들은 물론이고 아이들도 호기심을 갖고 볼 수 있는 구성인 것 같았거든요. 아이들은 별다른 선입관이 없는 만큼, 아기를 동물적인 감각으로 파악하는 것 같아요(아이 어머니 혼마 리카).” 하고 말합니다. 여느 어버이라 할 아이들 어머니 말을 여러 차례 곱읽습니다. 이분은 ‘우리 사랑스러운 아이’를 이녁처럼 따사롭고 밝은 눈빛으로 지켜보는 눈길을 고맙게 여깁니다. 사진을 찍은 분은 “백일, 첫돌 ……. 우리 사진관에 오시는 손님들을 늘 보다가 어느 날 생각했습니다. 단편적으로밖에 기억에 남지 않는 아기의 1년을 매달 카메라에 기록해 보고 싶다고. 동시에 아기를 가족으로 맞이하는 언니의 심경도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사진찍은 호시가와 히로코).” 하고 말해요. 아하, 그렇구나. 사진을 찍은 이분은 남남 아닌 이웃이 되면서 사진을 찍어요. 아이들과 살가운 동무가 되면서 곁에서 즐거이 사진을 찍어요. 아이들 어버이는 당신 아이를 따사로이 지켜보는 이웃(사진쟁이)을 즐겁게 맞이하면서 마음껏 사진을 찍도록 두 팔을 벌립니다.


  즐거운 마음과 마음이 모여 사진 하나 태어납니다. 따스한 손길과 손길이 모여 이야기 하나 샘솟습니다. 고운 사랑과 사랑이 모여 사진책 하나 이루어집니다.


  《너도 아니? 아기는 말야!》는 이를테면 ‘가족앨범’이라 할 텐데, 서로서로 마음과 이야기와 사랑을 그러모아 빚었기에 ‘한식구 이야기’로 거듭납니다. ‘한식구 이야기’는 ‘우리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우리 이야기’는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로 잇닿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나는 어여쁜 모습이 즐겁습니다. 아이들 자라나는 어여쁜 모습 따사롭게 바라보는 눈길이 반갑습니다. 사진은 바로 오늘 여기에서 무럭무럭 자랍니다. 4346.1.6.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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