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쪽지 2012.12.31.
 : 겨울바람 춥다

 


- 우체국에 간다. 1월 11일에 인천 혜광학교 아이들하고 사진이야기를 나눈 다음 골목마실을 하고, 저녁에는 인천에서 사진 즐기는 분들이랑 사진이야기를 나누기로 해서, 이때에 쓸 책을 미리 부치려 한다. 상자에 책을 꾸리는데 꽤 무겁다. 두 아이를 수레에 태우고 갈 수 있을까 걱정스럽지만, 올여름에 수레 받침끈 끊어진 뒤 튼튼하게 여미었으니 버틸 만하리라 믿는다. 어쨌든 집부터 우체국까지는 살짝 내리막길이니 그럭저럭 잘 갈 수 있겠지. 우체국에 닿아 책상자 무게를 다니 15킬로그램이 넘는다. 수레에 아이 셋을 태우고 달린 셈이다.

 

- 바람이 차다. 겨울바람이니까. 아이들은 수레에 앉아 담요와 두툼한 내 옷을 덮어쓰지만, 그래도 춥겠지. 자전거 모는 나는 힘을 쓰느라 살살 땀이 돋기도 하지만, 가만히 앉아서 가는 아이들은 더 추우리라 본다. 우체국에서 책상자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수레에 탄 아이들이 아주 조용하다. 문득 뒤를 돌아본다. 다들 추워서 덜덜 떠는 모습이다. 자전거를 세운다. “많이 춥지? 아무래도 덮개를 덮어야겠지? 덮개 내리면 한결 나을 테야.”

 

- 우체국에서 책상자를 내려놓은 가벼운 수레를 끌지만, 면소재지부터 집까지는 살짝 오르막길이니, 바람이 얼마 안 불어도 힘이 부친다. 얼굴로는 찬바람이 닿고, 등판으로는 땀이 흐른다. 여름이고 겨울이고 자전거마실은 땀잔치로구나 하고 새삼스레 생각한다. 큰아이는 몸무게가 얼마쯤 될까. 작은아이는 몸무게가 얼마쯤 되려나. 두 아이 모두 제법 몸무게 나갈 텐데. 아이들은 날마다 씩씩하게 크며 몸무게 불어나고, 아버지는 날마다 크는 아이들 끌고 다니자만 날마다 새롭게 힘을 키워야 한다. 아이들아, 너희들 참말 씩씩하게 커서, 큰아이부터 이 수레를 박차고 나와 혼자 야무지게 자전거 몰아야겠지? 큰아이 네가 먼저 수레를 박차고 나온 다음, 작은아이도 수레를 박차고 나와야겠지? 아무래도 새해 2013년까지는 둘 모두 수레를 타겠지만, 그 다음 2014년에는 큰아이 너부터 홀로타기(홀로서기) 할 수 있기를 빈다. 겨울바람은 춥지만 웃옷은 옴팡 젖는다.

 

- 서재도서관 앞부터 큰아이가 수레에 내려서 집까지 힘차게 달린다. 고맙다.

 

(최종규 . 2013 - 자전거와 함께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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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 2013-01-02 09:59   좋아요 0 | URL
정말 추운 올겨울입니다,
아이들 님 모두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항상 건강한 두 남매 이야기 님의 이야기 귀담아 듣는 한사람의 바람, 건강한 2013년이 되십시요,ㅡ 복도 많이 받으시고요,

숲노래 2013-01-02 10:58   좋아요 0 | URL
네, 그럼요. 울보 님도 따사롭고 추운(?) 겨울 누리시기를 빌어요.
그래도 전남 고흥 시골은 퍽 따사롭답니다.
웬만해서는 영 도 밑으로 안 내려가거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