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봄꽃 책읽기

 


  지난 시월 고흥 발포 바닷가에서 ‘새로 핀 벚꽃’을 보았다. 지난 십일월에는 우리 고흥 동백마을에도 석류꽃이 다시 피었다. 석류는 가을날 좀 일찍 열매를 맺는데, 열매를 다 떨군 석류나무에 석류꽃 두어 송이 작다랗게 맺힌 모습을 보았다. 십이월 접어들며 찬바람과 찬눈이 살짝 찾아드니 십일월에 새로 돋은 감잎이며 매화잎이며 석류잎이며 우수수 떨어지는데, 찬바람과 찬눈이 지나가고 나서 겨울비가 내리고 따순 햇볕 여러 날 비추니, 이른봄에 맨 먼저 피어나는 봄꽃 세 가지가 나란히 핀다. 광대나물꽃·봄까지꽃·별꽃. 오늘은 다시 찬바람이 분다. 찬바람 불면 애써 피어난 봄꽃은 봉오리를 꼭 닫는다. 따숩게 찾아드는 볕과 바람이 없으면, 이들 봄꽃은 아마 겨우내 봉오리를 꼭 닫은 채 겨울나기를 할 테지. 동백꽃은 찬눈 맞으면서도 봉오리를 닫지 않으나, 이른봄 들꽃은 찬바람 조그만 불어도 아이 추워 하면서 옹크린다. 그런데 이런 봄 들꽃들이 가장 먼저 피어나는 모습을 보면 야무지다고 할까, 씩씩하다고 할까, 참으로 싱그럽다.


  따사로운 겨울볕에 빨래는 잘 마르고, 모처럼 이불도 해바라기를 시킨다. 아이들과 자전거마실을 하며 겨울에 핀 봄꽃을 즐거이 마주하며 인사한다. 며칠 찬바람 불고 나서 다시 마실을 하면 이들 어여쁘고 앙증맞은 자그마한 봄 들꽃 다시 만날 수 있겠지. 4345.12.17.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2012년 12월 16일 낮에 찍은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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