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 풀씨 반기는 책읽기
억새 풀씨 팔랑팔랑 나부낀다. 이틀에 걸친 인천마실을 마치고 고흥집으로 돌아오는 시골길에 억새 풀씨가 나를 반긴다. 너희 참으로 곱구나. 너희 참으로 가볍구나. 너희 참으로 환하구나. 다른 곳은 온통 눈밭 되어 새하얀데 우리 고흥은 너희를 비롯한 풀과 나무가 푸르거나 누렇게 빛나면서 숲을 이루는구나. 따스한 고흥은 따스한 사랑 되어 따스한 사람들 가슴에 따스한 이야기로 아로새겨질까. 나도 너희 손길을 받아들여 따스한 말로 따스한 아이들이랑 따스한 보금자리를 일구는 따스한 살림을 아껴야겠다.
아이들 조잘조잘 노래하며 아버지를 반기는 집으로 들어간다. 아이들을 하나하나 안고 부대끼며 놀면서 밥을 먹인다. 빨래를 걷어서 갠다. 큰아이가 옷가지를 날라 준다. 나는 옷가지를 옷장에 차곡차곡 놓는다. 아이들은 졸린 눈이지만 더 뛰고 더 놀며 더 왁자지껄 웃으려 한다. 그래, 마음껏 더 놀아라. 신나게 놀며 하루를 누려라. 그러다 코코 곯아떨어지면서 새날을 또 맞이해야지. 4345.12.1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