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지리산
겨울이 되어도 영 도 밑으로 내려갈 일이 아주 드문 고흥땅에서는, 눈발이 날린다 하더라도 내리자마자 녹는다. 다른 곳에서는 펑펑 쏟아지는 눈 때문에 길이 막힌다느니 어쩐다느니 하지만, 참말 고흥에서는 눈 구경조차 힘들고, 쌓인 눈마저 볼 수 없다. 그런 고흥에서 지내다가 오랜만에 고흥을 벗어나 인천으로 오는 길에 다른 시골을 바라보는데, 구례를 지나면서 지리산을 보고는, 아, 소리가 절로 터져나온다. 그렇구나, 눈이 소복히 쌓여 하얀 산이 되는구나. 지리산이 저렇게 새하얀 겨울산이구나. 참 예쁘네. 구례나 하동이나 곡성이나 남원 사람들은 춥다고, 겨울에 덜덜 떨린다고 할 테지만, 이 어여쁜 새하얀 멧자락을 바라보며 가슴속에 새하얀 사랑이 찬찬히 피어나겠지. 4345.12.1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