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만화 책읽기

 


  아이들 보라고 나오는 만화책이나 만화영화가 꽤 많다. 어른들은 아이들한테 ‘무언가 가르치려’고 만화책이나 만화영화를 만들곤 한다. 참말 ‘가르치려’는 생각으로 만화책이나 만화영화를 만든다. 재미있게 보라는 뜻이나 즐겁게 누리라는 마음 되어 만화책이나 만화영화를 빚지는 않는구나 싶다.


  한국 어른이 만들어 한국 방송사에서 내보내는 ‘어린이만화’를 살펴보면, 하나같이 도시살이를 다루는데, 자동차랑 비행기랑 로봇이 나온다. 꽃이나 나무가 나온다 하더라도 틀에 박힌 모습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귀엽게 보이거나 앙증맞게 보이도록 그리기는 하는데, 곱게 그리거나 사랑스럽게 그리지는 못한다. 무엇보다, 한국 텔레비전 어린이만화는 모두 ‘어른이 하는 일’을 아이들한테 그대로 보여준다. 아니, ‘어른이 하는 일’이라기보다 ‘어른이 돈을 벌려고 얻는 직업’을 ‘몸뚱이만 어린이’인 모습으로 보여준다.


  어린이놀이가 없는 어린이만화가 가득하다. 아이들이 서로 놀고 서로 어깨동무하며 서로 웃고 떠드는 이야기는 하나도 없는 어린이만화일 뿐이다. 가끔 놀이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곤 하지만, 이런 어린이만화에는 ‘요즘 어른들이 떠올리는 아스라한 옛 추억’ 같은 놀이가 흐를 뿐, 오늘날 아이들이랑 즐겁게 흐드러지도록 놀 수 있는 이야기하고는 동떨어진다. 때로는, 놀이 비슷하게 보이지만, ‘학교를 다니며 겪은 뭔가 남다른 옛 추억’일 뿐이다.


  길창덕·김수정·이진주·김동화·이두호, 이런 분들이 그린 만화에는 어김없이 ‘어린이놀이’가 나온다. 이분들이 지난날 그린 만화에는 ‘어른들 옛 추억’이 아니라 ‘오늘 아이들이 마음껏 누리는 놀이’가 나온다. 그러나, 오늘날 만화를 그리거나 만화영화를 만드는 이들은 놀이를 담지 못한다. 아니, 놀이를 담을 수 없을는지 모른다. 오늘날 만화를 그리는 어른이나 만화영화를 만드는 어른들은 ‘스스로 즐겁게 뛰논 적’ 없이 만화책과 만화영화를 만들 뿐이라, 그저 귀엽게 보이거나 앙증맞게 보이는 ‘캐릭터’와 ‘콘텐츠’ 굴레에서 헤어날 수 없다 할 만하다.


  즐겁게 뛰놀지 못한 어른은 즐겁게 뛰노는 아이들이 되도록 이끌지 못한다. 즐겁게 뛰놀며 웃고 떠들며 노래하지 못한 어른은 오늘날 아이들한테 놀이와 노래와 삶을 물려주지 못한다. ‘타요’도 ‘뽀로로’도 모두 덧없으며 슬픈 캐릭터일 뿐, 만화책도 만화영화도 될 수 없다. 어른들 생각주머니가 얼마나 얕거나 모자란지 ‘마법천자문’이나 ‘그리스로마신화’ 같은 학습만화만 그려 이런 만화책만 수천만 권 팔아대고 읽히지 않는가. 4345.12.5.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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