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서나물 책읽기
우리 집 마당 둘레이든 마을 밭둑 어디이든 흔하게 피고 지는 ‘주홍서나물’이라는 풀을 본다. 한국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풀이요, 거의 남녘에만 피고 지던 꽃이라는데, 차츰 위쪽으로도 올라가서 피고 진단다.
주홍서나물은 풀이름부터 ‘나물’이라고 일컫는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라든지 이곳저곳에서는 주홍서나물 같은 풀은 ‘나쁜 귀화식물’이라 여겨 뿌리째 뽑아 없애려 애쓴다고 한다.
궁금하고 궁금하다. 이런 들풀 한 포기를 뿌리째 뽑는들 없앨 수 있을까. 이런 들풀은 씨앗이 얼마나 작으며 널리 퍼지는가를 알 수 있을까. 한국에서 이웃나라로 자주 오가고, 이웃나라에서 한국으로 흔히 오간다. 이제 지구별에서 ‘외래식물’도 ‘귀화식물’도 따로 말할 수 없다. 한국사람 스스로 커피나무를 받아들여 심기도 하는데, 블루베리나무를 심기도 하는데, 왜 어느 나무와 꽃과 풀은 일부러 이웃나라에서 사들여서 심고, 왜 어느 나무나 꽃이나 풀은 못 들어오게 막으려 하거나 뿌리째 뽑아 없애려 할까.
늦가을에 이르러 비로소 이름을 알아내어 ‘주홍서나물’이라는 말마디를 읊어 본다. 봄부터 가을까지 우리 식구는 ‘주홍서나물’이라는 이름도 모르는 채 즐거이 뜯어서 먹었다. 올해가 저물고 새해가 되어도, 이 들풀을 비롯해 온갖 들풀을 신나게 먹겠지. 가만히 보면, 감자도 고구마도 모두 귀화식물인데, 감자랑 고구마를 없애자고 외치는 목소리는 어디에서고 들은 적 없다. 고추도 토마토도 몽땅 귀화식물이지만, 오늘날 한국사람 가운데 고추 먹지 말고 쫓아내자 외치는 사람 또한 어디에도 없다. (4345.11.22.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