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사람들

 


  나를 취재하고 싶다는 전화를 가끔 받는다. 충청북도 멧골에서 살 적에도 “취재하시는 일은 좋은데, 여기까지 오셔야 하는데요.” 하고 말하면 으레 전화를 뚝 끊고 아무도 찾아오지 않더라. 전라남도 시골에서 사는 요즈음도 “취재하시려는 뜻은 고마운데, 예까지 오셔야 해요.” 하고 말하면 슬그머니 전화를 뚝 끊고는 입을 스윽 씻네.


  시골서 살아가는 하루는 조용하니 좋다. 서울서 충청북도조차 멀다고 여기는 서울사람들이, 서울서 전라남도까지 오겠나. 충청북도나 전라남도 아닌 부산이나 광주라면, 또는 대전이나 마산이라면, 또는 안동이나 구례쯤만 되어도 좀 달랐으리라 싶은데, 어찌 되든 더할 나위 없이 조용하다.


  서울사람들은 숲이 얼마나 좋은가를 모른다. 숲에서 안 태어나고 숲에서 안 자랐으며 숲에서 일 안 하기에 숲이 얼마나 좋은가를 모를까. 아마 그러하리라. 언제나 아파트 둘레에서 살고, 언제나 자동차한테 둘러싸여서 살며, 언제나 숱한 신문과 방송과 잡지와 책과 영화와 언론과 연예인과 스포츠와 주식과 뭣뭣에 휩쓸린 채 살아가는 서울사람으로서는, 숲을 숲 그대로 느끼기란 아주 어려우리라 본다.


  나를 취재하고 싶다는 분한테 늘 똑같이 말한다. “휴가라고 생각하며 놀러오셔요. 여러 날 출장 간다고 생각하며 나들이하셔요. 시골집은 작지만 방 하나 비니 여러 날 묵으셔도 돼요. 밥은 제가 차리니 밥값도 안 들어요. 숲이 예쁘고 들이 아름다우며 바다가 멋져요. 밤에는 미리내를 보고, 낮에는 나뭇잎 살랑이는 파랗고 맑은 바람 쐬며 냇물을 마셔요.” 그런데 아직 이런 말에 마음이 이끌리는 서울사람, 그러니까 서울에서 일하는 글쟁이(기자·작가·편집자)는 없는 듯하다. 하기는, 시골사람 스스로 시골을 떠나 서울로 가겠다는 마당인데, 서울사람이 제발로 시골로 찾아오기란 몹시 힘들 만하리라. (4345.11.1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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