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쓰는 마음

 


  두 아이가 닷새째 아픕니다. 아침에 일어날 적에는 조금 나을 듯하더니 저녁에 해가 질 무렵부터 끙끙 앓기를 닷새째입니다. 올해에는 아이들만 아프고 아직 내 몸은 안 아픕니다. 지난해까지 돌아보면, 아이들이 다 나을 즈음부터 내가 아팠습니다. 아이들을 돌보는 동안 참 용하게 아이들 고뿔이나 재채기가 나한테 조금도 안 옮더니, 아이들이 말끔하게 나은 뒤에는 내가 하루나 이틀 때로는 사흘 즈음 모질게 몸앓이를 하곤 했습니다.


  꼭 내가 아파야 아이들이 낫는다고는 여기지 않아요. 아이들이 나아도 나는 안 아플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그러나, 지난해까지 돌이켜보면, 아이들이 아플 적마다 이렇게 생각했어요. ‘너희가 아픈 꼴을 어떻게 보니. 내가 아파야지. 너희들은 아프지 말거라.’ 그리고, 이 생각 그대로 아이들이 나으면서 내가 아팠습니다.


  올해에는 다르게 생각합니다. ‘너희는 씩씩하게 일어서라. 튼튼하게 아픔을 털고 일어서라. 개구지게 뛰놀고 신나게 날아올라라.’


  두 아이를 나란히 재우며 틈틈이 글을 씁니다. 아이들을 생각하며 글을 씁니다. 한 아이를 재우면 다른 아이가 깨서 칭얼거리는군요. 칭얼거리는 아이를 달래서 다시 재우면 다른 아이가 깨서 칭얼거려요. 서로 갈마들며 아버지 품에 안기며 쉽니다. 얘들아, 이러면 나는 언제 쉬니? 하기는, 너희 아버지는 ‘쉼’을 생각하지 않아. 너희 아버지도 너희와 똑같이 하루를 온통 누리며 즐기는 사람이라서, 굳이 쉰다거나 따로 일한다거나 생각하지 않아. 얼마든지 안기렴. 너희를 안느라 허벅지가 터질 듯하던데, 아프다며 달라붙는 너희 둘을 열 시간 즈음 안자니 엉덩이까지 방바닥에 눌러붙을 듯한데, 이러거나 저러거나 다 좋아. 다 좋아. 재미나게 웃자. 방긋 웃자. 개운하게 웃자. 너희 아버지는 너희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하루를 글로 써서, 이 글을 묶어 책을 내놓는단다. 두 아이 아버지 책쓰기란, 시골살림 꾸리는 하루살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삶쓰기란다. (4345.11.1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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