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치를 말리는 마음

 


  멸치 말리기를 구경한다. 우리 네 식구를 자동차에 태워 고흥마실을 시켜 주는 분이 소록도 다리를 지나고 거금도 다리를 지난 다음, 금산면(거금) 금진마을에서 살짝 멈춘다. 거금다리가 훤히 드러나 보이는 자리라 해서 살짝 멈추는데, 다리보다 다리 곁 작은 집에서 멸치를 삶아 햇볕에 말리는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내 눈에 환하게 들어온다. 그동안 멸치는 많이 먹기는 했어도 멸치를 어떻게 말리는지 곁에서 지켜본 적은 없다. 바닷마을 아저씨는 가마솥에 물을 펄펄 끓이고 소금을 부은 다음 소금물에 멸치를 삶는단다. 그냥 말린다든지 소금물에 삶지 않고 말리면 멸치가 다 바스라진단다. 아저씨는 ‘값싼 중국 소금’을 안 쓰고 ‘비싼 무안 소금’을 쓴단다. 아저씨 스스로 멸치를 삶아서 먹어 볼 때에 맛이 다르니, 아무 소금이나 쓸 수 없겠지. 내다 팔기만 하는 멸치가 아니라, 집에서도 먹고 이웃한테도 주며 즐겁게 나눌 먹을거리로 여기니까, 스스로 좋다고 여기는 소금을 찾아서 쓸 테지.

  하늘은 파랗고 바람은 상큼하다. 바다는 파랗고 멸치는 반짝반짝 빛난다. 햇살은 보드랍고 햇볕은 따스하다. 바다에서 건져 막 삶아 말리는 멸치는 반들반들 어여삐 빛난다. 바람이 실어 나르는 바다내음 사이사이 멸치내음이 섞인다. 큰아이가 멸치 하나 슬쩍 집어 입에 넣고는 살살 씹더니 “맛없어!” 하고는 아버지더러 먹으라고 내민다. 아버지가 입에 넣고 천천히 씹는다. 씹지 않아도 입에서 녹는다. 바다 한 모금 먹으며 파랗게 젖는다. (4345.11.1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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