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따라 하지 마! - 언어 능력이 쑥쑥 크는 즐거운 그림책
차오쥔옌 글.그림, 유엔제이 옮김 / 거북이북스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즐거운 삶을 배우다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204] 차오쥔옌, 《나 따라 하지 마!》(거북이북스,2012)

 


  따라 하지 말라고 해도 동생은 누나나 오빠나 형이나 언니를 따라 합니다. 따라 하지 말라고 해도 아이들은 어버이나 둘레 어른을 따라 합니다. 어린 아이들은 ‘따라쟁이’일까요. ‘따라놀이’를 즐기는 셈일까요.


  돌이켜보면, 오늘 이곳에서는 어버이나 어른이라는 모습으로 서서 살아가지만, 나 또한 나어린 아이로 살아왔고, 나 또한 갓난쟁이로 으앙 울음을 터뜨렸으며, 어머니젖을 신나게 먹으며 무럭무럭 컸습니다. 나 또한 내 형이나 둘레 누나와 다른 형을 바라보며 ‘따라놀이’를 하는 동안 몸이랑 마음이 자랐어요.


  아이들은 개구진 짓이건 못난 짓이건 따로 가리지 않습니다. 좋고 나쁘고를 따지지 않으니, 그저 따라 합니다. 마음으로 살포시 와닿으니 따라 합니다. 재미나거나 기쁜 웃음 터뜨릴 만하기에 따라 합니다.


  웃는 사람들 둘레에서 아기가 웃고 아이들이 웃습니다. 찡그린 사람들 둘레에서 아기가 울고 아이들이 이맛살을 찌푸립니다. 활짝 열린 시원스런 들판과 마당에서 어른이고 아이이고 신나게 뛰어놉니다. 꽁꽁 닫힌 시멘트 교실에서 꽉 짓눌리거나 억눌린 채 시험공부에 매달리는 아이들 얼굴이 파리합니다. 교사도 학생도 대학바라기에 얽매이고 말아 핏기 가시고 웃음기 없는 낯빛입니다.


  무엇을 할 때에 즐거운 삶일까요. 어디에 있을 때에 기쁜 하루일까요. 누구와 어깨동무하면서 해맑게 웃는 나날일까요.


.. 내가 뭐 하게? 뭐든지 따라 하는 내 동생. 내 동생은 따라 하기 대장 ..  (2쪽)

 


  놀이하는 언니 누나 오빠 형 곁에서 놀이를 구경하며 끼어드는 퍽 어린 아이들입니다. 처음에는 군동무처럼 붙지만, 차츰 몸놀림이 거듭나며 깍뚜기가 됩니다. 깍뚜기로 이렁저렁 흐르던 어느 날, 이제 어엿하게 놀이동무로 거듭납니다. 놀이동무로 까르르 웃음보따리 터뜨리며 놀더니, 바야흐로 저보다 어린 동생을 아끼거나 보살피는 언니 누나 오빠 형 자리에 섭니다.


  아이들은 서로 얼크러져 놀 때에 삶을 배웁니다. 똑같은 나이에 맞추어 줄세우기를 하듯 유치원·어린이집·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를 보내면, 다 다른 아이들 다 다른 삶과 몸과 마음이 예쁘게 어울리지 못해요. 서로 돕고 서로 가꾸며 서로 이끄는 아이들로 나아가지 못해요. 게다가, 이 나라 학교는 온통 대학바라기로 흐를 뿐, 삶바라기나 사랑바라기하고는 동떨어져요. 언니는 씩씩하게 앞장서고, 동생은 기운내어 뒤따르는 흐름을 학교에서 찾을 수 없어요. 오빠는 힘으로 우악스레 내리누르고, 동생은 어서 커서 나이를 먹자는 생각에 사로잡혀요.


  가만히 헤아려 보셔요. 어른들 누구나 나이를 따져요. 밥그릇을 재요. 나이 한 살 더 먹었다며 함부로 ‘말을 까’잖아요. 나이 한 살 더 먹었기에 더 너그러운 마음그릇이 되지 못해요. 나이 한 살 더 먹은 만큼 더 사랑스럽고 따스하며 보드라운 눈길이 되지 못해요.


.. 나 책 볼 거야. 나 따라 하지 마! 누나는 쫑알쫑알 작은 책. 나는 와글와글 큰 책. 나 따라 하는 거 아니야 ..  (4∼5쪽)

 


  비가 옵니다. 바람이 붑니다. 달이 뜹니다. 햇살이 비칩니다. 멧새가 새벽을 새롭게 열며 노래를 부릅니다. 나뭇잎이 한들거리다가 똑 떨어져 가랑잎이 됩니다. 철 따라 새로운 꽃이 피고 새로운 풀이 돋습니다.


  형아는 동생보다 한두 해쯤 또는 서너 해쯤 때로는 너덧 해쯤 먼저 이 땅에 나왔습니다. 형아는 동생보다 여러 해쯤 봄꽃과 여름풀과 가을나무와 겨울들을 누렸습니다. 형아는 동생한테 철철이 숲을 보여줍니다. 철마다 어떤 숲 어떤 빛 어떤 내음인가를 하나하나 보여줍니다.


  어버이는 아이들을 이끌고 바람을 쐽니다. 철 따라 조금씩 다른 바람을 함께 쐽니다. 바람결에 실리는 햇내음을 맡습니다. 봄해는 봄내음 겨울해는 겨울내음입니다. 어른들은 더 커다란 몸이니 더 크게 쓰는 힘이요, 더 기운차게 빨래를 해서 따사롭게 내리쬐는 햇살을 받으며 옷가지를 빨래줄에 줄줄이 넙니다. 아이들은 빨래 사이를 뛰어다니며 놉니다. 햇볕에 말리는 이불 사이로 숨어서 숨바꼭질을 합니다. 맨발로 마당을 달리고, 맨발로 고샅을 뛰며, 맨발로 집안으로 들어와 온갖 곳에 발자국을 남깁니다.


  놀이하는 삶이자, 놀이하는 하루입니다. 놀이로 맞이한 다음, 놀이로 마무리짓는 나날입니다. 놀면서 크는 아이들은 서로 뒤죽박죽입니다. 누나는 동생을 이끌고, 오빠는 동생을 업습니다. 동생은 누나를 바라보고, 동생은 오빠한테 기댑니다. 한 살씩 더 먹으며 아이들은 스스로 씩씩하고 튼튼한 몸과 마음으로 거듭납니다. 머리속에 이런 지식 저런 영어 집어넣지 않아도 즐겁습니다. 아니, 머리속에 이런 지식 저런 영어를 안 집어넣으니 개구지게 뛰놀고 신나게 뒹굴 수 있습니다.

 


.. 나 연날리기 할 거야. 나 따라 하지 마! 누나는 네모 네모 네모 연. 나는 세모 세모 세모 연. 나 따라 하는 거 아니야 ..  (18∼19쪽)


  차오쥔옌 님이 빚은 그림책 《나 따라 하지 마!》(거북이북스,2012)를 읽습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동생은 제 누나를 따라 하며 놉니다. 누나는 동생더러 나 좀 따라 하지 말라고 말하지만, 동생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따라쟁이 동생을 바라보는 누나는 동생이 안 밉습니다. 따라쟁이 동생이 귀찮거나 번거롭거나 성가시지 않습니다. 외려, 누나 저를 따르는 동생이 귀엽거나 사랑스럽거나 예쁘다고 여길 테지요. 요 귀여운 것, 요 사랑스러운 것, 요 예쁜 것, 참 앙증맞게 노는구나 하고 생각할 테지요.


  어느 어버이라도 이 같은 마음이리라 느껴요. 어머니나 아버지 몸짓을 따라 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어머니와 아버지가 활짝 웃습니다. 어머니나 아버지 말투를 배우며 따라 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대견하구나 여깁니다.


  그런데 참말 동생이 누나를 따라 했을까요. 참말 아이들이 제 어버이를 따라 할까요. 여러모로 닮거나 비슷하다 하니까 ‘따라쟁이’나 ‘따라놀이’라 할 텐데, 더 깊이 헤아리며 들여다보면 ‘꼭 같지’는 않아요. 아이들은 저희 나름대로 저희 몸과 마음에 맞추어 살짝살짝 바꾸며 저희 가락에 맞추는 놀이를 즐겨요. 어버이는 어버이대로 빛나는 숨결이요,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빛나는 숨결이에요.

 


.. 요 녀석, 잡았다! 난 동생을 좋아하는데, 그럼 이것도 따라 할 거야? 킥! 킥! 킥! 내 말 들어 봐 ..  (24∼25쪽)


  가을비 지나간 시골마을 밤하늘은 매우 까맣습니다. 반달이 빛나는 곁으로 수많은 별이 반짝반짝 해맑게 빛납니다. 바람은 자고 둘레는 조용합니다. 밤에 노래하는 밤새마저 아무런 소리를 들려주지 않습니다. 모두 잠든 아주 깊은 밤이로구나 싶습니다.


  지구에서 바라보는 저 별은 저처럼 빛날 텐데, 저 멀디먼 별에서 지구 쪽을 바라보면 지구 둘레 다른 별과 똑같이 조그마한 빛으로, 숱한 별 가운데 하나로 보이리라 생각해요. 지구는 지구라는 별대로 반짝이고, 온누리 뭇별은 이녁 별대로 반짝이겠지요.


  아이들은 어버이한테서 즐거운 삶을 배웁니다. 둘째는 첫째한테서 즐거운 삶을 배웁니다. 셋째는 둘째한테서 배울 테고, 넷째는 셋째한테서 배울 테지요.


  아이들을 줄세우지 않는 이 겨레 이 나라 이 마을이라면 더없이 예쁘리라 생각해요. 아이들이 저마다 즐거이 배우고 어울리며 어깨동무하도록 어른들 모두 기쁘게 새로 배우고 함께 어울리며 나란히 어깨동무한다면 그지없이 어여쁘리라 생각해요. 자, 이제 어른들이 아이들을 바라보며 해맑게 빛나는 눈망울로 활짝 웃어 봐요. (4345.11.5.달.ㅎㄲㅅㄱ)

 


― 나 따라 하지 마! (차오쥔옌 글·그림,유엔제이 옮김,거북이북스 펴냄,2012.8.28./9800원)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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