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개구리 책읽기

 


  이제 개구리 노랫소리 안 들리니 개구리들 모두 겨울잠 들었나 싶을 무렵, 마당가 샘터에서 풀개구리 한 마리를 보았다. 시월 첫머리였나. 그러고서 보름쯤 지나 서재도서관 풀숲에서 폴짝 뛰어올라 내 손가락에 사뿐히 올라탄 풀개구리 한 마리를 보았다. 다시 보름이 지난 십일월 첫머리, 아직 다른 풀개구리가 나한테 찾아오지는 않는다. 나는 다른 풀개구리를 더 만나지 못하지만, 어딘가 풀숲에서 조용조용 숨죽이며 먹이를 찾고 짝꿍을 찾으며 가을볕을 누리는 풀개구리 있을는지 모른다.


  이 작고 가녀린 몸으로 너는 참 예쁘게 살아가는구나. 그렇지만, 사람 몸뚱이로 너를 바라보면 네가 몹시 작지만, 네 눈길로 개미를 바라보면 개미가 더없이 작을 테지. 지구별이라는 마음결로 나 한 사람을 바라본다면 내 몸뚱이 하나란 그지없이 작을 테고.


  밤하늘 가득 빛나는 별을 바라볼 때면, 지구별 하나란 얼마나 작으며 예쁘장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숫자를 가늠할 수 없도록 많은 별들은 저마다 어떤 삶·꿈·사랑을 노래하며 하루하루를 누릴까 궁금하다. 어마어마하게 많은 별들이 온누리를 이루고, 이 가운데 지구별이 하나 있듯, 내 몸뚱이 또한 어마어마하게 많은 세포로 ‘사람누리’를 이루면서, 이 가운데 손가락 하나를 움직이고 손톱 하나 자라며, 조그마한 풀개구리 하나 살며시 길동무처럼 찾아든다고 할 만할까.


  생각을 가다듬어 내 어린 날을 되새긴다. 인천이라 하는 도시에서 나고 자랐지만, 동네에서 땅강아지를 쉽게 만났고, 아파트 꽃밭이나 동네 텃밭이나 바닷가 풀숲 언저리에서 언제나 여러 개구리를 보았다. 주먹만 한 흙개구리를 보며 네가 잡히나 내가 잡나 하고 숨바꼭질 즐기곤 했다. 2012년 오늘날에도 인천이라 하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은 개구리를 만날 수 있을까. 이 나라 도시 가운데 쉽게 개구리하고 동무 삼으며 놀 만한 터전이나 보금자리가 있을까. 이 나라 시골 가운데에는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개구리랑 사이좋게 어깨동무하면서 하루를 누릴까. 가을이 저물고 겨울이 찾아든 다음, 천천히 봄이 스며들면 시나브로 논개구리 멧개구리 한꺼번에 깨어나 새삼스레 노래잔치를 베풀어 주겠지. 고즈넉하고 조용한 가을이 흐른다. (4345.11.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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