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삯 2000원
엊그제 서울로 볼일을 보러 고속버스에 탈 무렵, 내 옆쪽에 앉은 퍽 늙은 할머니가 이녁 앞에 앉은 아주머니더러 “내가 전화 걸 줄 모르는데 이 쪽지에 적힌 곳에 전화 좀 걸어 주쇼.” 하고 말합니다. 아주머니는 할머니 손전화를 건네받고 단추를 누르려 하는데, “할머니, 이 전화기 전원이 꺼졌어요. 약이 없어요.” 합니다. “내가 전화 걸 줄 모르고 받기만 하니 전화기가 나간 줄 아나.” 하며 웃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하나.” 하시는 할머니한테 아주머니가 당신 손전화로 전화를 걸어 할머니가 이제 막 버스에 탔으니 때 맞추어 서울 버스역 앞으로 마중 나오십사 하고 이야기합니다. 할머니는 “고맙구마. 고맙구마.” 하면서 허리춤에서 종이돈 두 장을 꺼내 아주머니한테 건넵니다. 아주머니는 “할머니, 전화비가 2000원이나 해요? 나 부자 되겠네.” 하면서 안 받아도 된다고 손사래를 칩니다. 할머니는 가방에서 마실거리 두 봉지를 꺼내어 아주머니한테 건넵니다.
그러고 보면, 나도 손전화 없어 누군가한테서 빌려야 써야 할 적에 돈 2000원을 고맙다는 뜻으로 내밀었다고 느낍니다. 고맙다는 뜻으로 500원도 1000원도 아닌 꼭 2000원을 건넵니다. (4345.10.2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