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개구리는 얼마나 작은가

 


  풀개구리는 겨울나기를 어떻게 할까. 슬슬 추운 날이 가까이 찾아드는데, 풀개구리도 천천히 겨울잠을 헤아려야 하지 않나 싶다. 벌써 겨울잠 잔다며 땅을 파고 들어간 풀개구리가 있을까 모르겠는데, 바지런히 밥을 먹고 즐겁게 마지막 가을을 누리면서 저마다 깃들 흙터를 찾아야 할 테지.


  풀숲에서고 논둑길에서고 풀개구리가 톡톡 튀며 곁을 스친다. 내 곁을 스치며 지나가는 풀개구리는 무언가 이야기를 들려준다.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숙인다. 쪼그려앉는다. 너는 나한테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니. 너는 나한테서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니.


  내 발 옆에 선 풀개구리는 아주 작다. 내가 발밑을 내려다보지 않고 걷는다면 오른발로 퍽 하고 밟아 찍 하고 죽일 수 있으리라 느낀다. 어쩌면, 풀개구리 하나 밟고도 밟아 죽인 줄 못 느낄 수 있다. 왜냐하면 논둑길에서는 논둑에 떨어진 흙덩이 하나 밟았다고 여길 수 있으니까.

  경운기로도, 자동차로도, 또 자전거로도, 풀개구리 밟아서 죽인 느낌을 알아챌 수 있을까. 사람들은 풀개구리가 우리 이웃인 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풀개구리 살 터를 고이 건사하려는 마음으로 원자력발전소나 화력발전소나 송전탑이나 고속철도 땅굴이나 공장이나 골프장이나 이것저것을 거스를 수 있을까.


  풀개구리를 생각하며 책을 읽는다. 풀개구리를 꿈꾸며 글을 쓴다. 풀개구리를 사랑하며 오늘 하루를 누린다. (4345.10.1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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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2-10-17 21:37   좋아요 0 | URL
ㅎㅎ 저 크기를 보니 올 여름에 제가 길른 올챙이기 풀 개구리였나 보네요^^

숲노래 2012-10-18 03:34   좋아요 0 | URL
집에서 올챙이 기르셨나 봐요?
아마 풀개구리는 올챙이일 때에도 아주아주 작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