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손 글쓰기

 


  낮잠을 잘 자다가 갑자기 응애 우는 작은아이를 토닥이며 품에 안는다. 무릎에 누이고는 글을 쓴다. 그러다가 아직 작은아이가 깨기 앞서 불을 올린 밥이 떠오른다. 왼어깨로 작은아이를 안고는 부엌으로 가서 밥냄비를 살핀다. 아직 밥이 되려면 멀다. 불을 살짝 줄인다. 그러고는 국냄비에 물을 조금 더 붓고 물을 올린다. 아침에 먹고 남은 국이 있어, 저녁에는 물을 살짝 붓고 끓이면 말끔히 다 먹고 치울 수 있을 듯하다. 이 다음으로 아침에 먹고 남은 떡볶음에 떡을 더 넣고 볶으면 반찬이 되겠지. 냉장고를 열어 무얼 더 넣으면 맛날까 생각한다. 한 가지 밥감을 꺼낸다. 도마에 한손으로 올린다. 한손으로 칼을 쥔다. 천천히 썬다. 이윽고 물이 보글보글 끓으면 넣어야지.


  두 아이와 살아가지 않았을 적에도 이렇게 ‘한손 밥하기’를 했을까 헤아려 본다. 아마 팔이 다쳐 한손을 못 쓸 적에는 이렇게 했겠지. 그러나 한손에 아이를 안고 밥을 하거나 빨래를 하거나 청소를 하거나, 뭐 이런저런 일을 하지는 않았으리라 느낀다. 작은아이가 잠자며 똥을 눈다든지, 큰아이도 작은아이처럼 어릴 적에 이런 일이 흔했는데, 어린 아이들이 참말 밤잠을 자며 똥을 누면 잠에서 안 깨도록 고이 안아 고이 바지를 갈아입히고 밑을 씻겨 새 바지를 입힌 뒤 토닥토닥 재운다. 이동안 한손으로 똥바지를 애벌빨래 해서 담가 놓는다. 아이 어버이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손 살림’이나 ‘한손 일’을 하리라 느낀다.


  그러니까, 나는 ‘한손 글쓰기’를 한다. 한손으로 아이를 안고 달래면서 다른 한손으로 천천히 글을 쓴다. ‘한손 책읽기’도 한다. 진작부터 ‘한손 사진찍기’를 했고, ‘한손 자전거 타기’도 퍽 오랫동안 했다.


  살아가니 다 된다. 살아가며 다 이룬다. 살아가는 동안 다 즐긴다. (4345.10.1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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