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학교·귀족학교

 


  심상정 님이 대통령 후보로 나오겠다고 밝히니, 누군가 심상정 님 아이가 ‘귀족학교’에 다닌다고 꼬투리를 잡는다. 무슨 소리인가 하고 알아보니, 심상정 님 아이가 다니는 학교는 제도권학교 아닌 대안학교이다. 대안학교 가운데 도시에 있는 이우학교라는 데라 하는데, 이곳은 등록금이 그리 안 비싼 데이다. 왜냐하면 도시에 있는 대안학교라 기숙사를 안 쓰기 때문이다.


  적잖은 대안학교는 시골에 있다. 멧골에 깃든 ‘산촌학교’ 또는 ‘산촌유학센터’라는 곳도 있다. 이곳 등록금은 퍽 비싸다 할 만하다. 왜냐하면 학비 말고 기숙사비도 내야 하니까.


  그런데 대안학교가 왜 ‘귀족학교’ 소리를 들어야 할까. 대안학교는 귀족학교라고 할 만한 곳일까. 귀족학교란 어떤 곳을 가리키는 소리가 될까. 아이들은 모두 여느 제도권학교를 다니면서 똑같은 교과서로 똑같은 시험공부만 해야 하는가.


  아이를 대안학교에 보낸다 할 때에 맞돈이 많이 든다고 여길는지 모른다. 그런데, 여느 제도권학교에 보내는 어버이 가운데 오늘날 학원에 안 보내는 집이 있을까. 학원 한두 군데를 다니면 학원삯을 얼마쯤 낼까. 여느 제도권학교 다니며 학원 한두 군데 또는 두어 군데 다니는 아이라 한다면, 대안학교삯보다 훨씬 많은 돈을 다달이 내는 셈이다. 오늘날 이 나라 여느 제도권학교 아이들은 ‘귀족학원’에 다니는 꼴이 아닌가 궁금하다.


  제도권을 거스르면서 새길을 찾는 사람들한테 ‘귀족’이라는 꼬투리를 붙이는 사람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참말 귀족이 누구인 줄 모르기에 아무 데나 귀족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려 하는가.


  어쩌면, 생활협동조합 매장을 쓰는 이들한테도 ‘귀족음식’을 먹는다고 손가락질할까 걱정스럽다. 시골에서 풀을 뜯어먹는 사람을 바라보면서도 ‘귀족음식’을 먹는다고 궁시렁거리는 꼴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대안학교도 생협도, 또 도시를 떠나 시골서 살며 풀먹는 사람도, ‘귀족’이라 할 수 있으리라 느낀다. 왜냐하면 스스로를 섬기고 스스로를 아끼며 스스로를 사랑하려고 애쓰니까. 대학바라기에 목을 매달며 시험공부에 마음과 몸을 망가뜨리고 싶지 않는 사람이라야 참삶을 누린다고 느낀다. 공장에서 찍어낸 먹을거리를 아무렇게나 먹지 않으려고 마음을 기울이는 사람이라야 참사랑을 누린다고 느낀다. 도시에서 톱니바퀴 같은 회사원으로 구르지 않고 시골에서 흙을 일구며 제 살림을 제 손으로 돌보는 사람이라야 참꿈을 누린다고 느낀다.


  곧, 참학교요 참밥이며 참삶이다. 참다운 길을 살피면서 참다운 넋을 북돋운다. 참다운 하루를 헤아리면서 참다운 말을 빚는다. 이 나라는 다람쥐 쳇바퀴 아닌 참길과 참누리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4345.10.15.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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