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락빛 책읽기

 


  봄빛과 여름볕을 물씬 머금은 가을열매인 나락을 벤다. 논에 모를 낸 차례에 따라 천천히 벼베기를 한다.벤 벼는 시골길 한켠에 죽 펼쳐서 해바라기를 한다. 올가을에는 빗방울 없고 구름만 살짝 흐르며 햇살이 곱게 내리쬐니 알알이 잘 여문다.


  아이들과 시골길을 걷거나 자전거로 달리다가 새 나락, 곧 햅쌀을 들여다본다. 길바닥에 구르는 나락알을 주워 보기도 한다. 큰아이는 “껍질을 까서 먹는 거야?” 하고 물으면서 스스럼없이 나락알을 까먹는다. “아니야. 껍질째 먹어야지.” 하고 들려준다.


  해바라기를 하는 나락 곁을 지나가면 나락내음이 확 풍긴다. 봄빛을 먹고 여름볕을 마신 나락들은 가을 내음을 나누어 준다. 사람들은 밥을 지어 먹을 때에 봄을 먹고 여름을 마시고 가을을 누리는 셈이리라. (4345.10.5.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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