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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 동경대 가다! 1 (신장판) - KBS 드라마 '공부의 신' 원작 ㅣ 꼴찌, 동경대 가다! 신장판 1
미타 노리후사 지음, 김완 옮김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톱니를 바꾸려고 톱니바퀴 된다면
[만화책 즐겨읽기 181] 미타 노리후사, 《꼴찌, 동경대 가다 (1)》
유치원과 어린이집 교사는 아이들을 초등학교로 보냅니다. 초등학교에 아이들이 가고 나서는 더 헤아리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교사는 아이들을 중학교로 보냅니다. 중학교에 아이들이 가고 나서는 더 살피지 않습니다. 중학교 교사는 아이들을 고등학교로 보냅니다. 고등학교에 아이들이 가고 나서는 더 돌아보지 않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서도 아이들이 대학교에 가거나 고등학교만 마친 뒤에, 이들 고등학교 교사는 아이들을 더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학교에서도 이와 같습니다. 여느 회사와 공공기관에서도 이와 같습니다. 아이들이 학교나 기관에 있을 적에만 이들 아이들을 바라봅니다. 다만, 학교와 기관에서는 아이들을 ‘숫자’로 바라보고 ‘숫자’로 따집니다. 학교에서는 ‘번호’를 이름처럼 삼고, ‘숫자’로 성적과 행동발달사항과 봉사활동을 따져요. 기관에서는 ‘근속 호봉’을 이름으로 삼으며, ‘숫자’로 실적과 근무사항을 따져요.
온통 톱니바퀴가 된 학교요 기관입니다. 사람은 사람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그예 톱니바퀴 가운데 톱니 하나가 될 뿐입니다. 톱니 하나인 내가 빠진다면 다른 톱니 하나로 다른 사람이 들어와요. 톱니바퀴에서 빠진 톱니 하나는 곧바로 잊힙니다. 새 톱니가 톱니바퀴가 잘 굴러가도록 하느냐만 바라봅니다.
- “그럼 묻겠습니다만, 걔가 동경대에 합격할 성적이 된다는 걸 증명할 수 있습니까?” (40쪽)
- “그런 데를 들어가면, 그 다음엔 뭘 해야 돼요?” “그래, 공학부라니, 뭘 하면 되는 거야?” “그런 건 내 알 바 아니지.” “아, 알 바 아니라고요?” “무슨 의미야! 책임을 져야 할 거 아냐!” “책임이라고? 웃기고 있네. 왜 내가 너희 장래까지 봐 줘야 하는데? 어리광 부리지 마. 큰 관문을 통과시켜 주잖아. 뒤는 네가 알아서 해.” (154∼155쪽)
사회가 굴러가야 사람이 살고, 나라가 발돋움해야 한 집안도 살 수 있다, 하는 말을 사회와 정부가 으레 읊습니다. 그런데, 이런 말마디를 찬찬히 짚거나 뿌리를 캐려는 사람이 대단히 적어요.
참말 사회가 굴러가지 않으면 사람이 살 수 없을까요. 참말 정부가 서지 못하고 나라가 발돋움하지 못하면 여느 한 집안이 무너질까요.
스스로 밥을 짓고 옷을 지으며 집을 짓는 사람은, 꼭 사회나 정부가 있어야 할까요. 흙을 만지고 물을 만지는 일꾼이나 살림꾼은, 반드시 학교나 학원이나 시설을 다녀야 할까요.
자격증을 따고 나서야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없어요. 도시에서는 자동차가 너무 많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다칠까’ 걱정스러워, 지구별 여러 나라에서는 ‘자전거 자격증’ 같은 쪽종이를 만든다지만,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스스로 좋아할 때에 자전거를 탈 수 있어요. 스스로 좋아해서 두 다리로 걷듯, 스스로 좋아해서 자전거를 타요.
자격증을 따고 나서야 낚시를 하는 사람은 없어요. 요리자격증이 있어야 밥을 하지 않아요. 농사자격증이 있어야 흙을 일구지 않아요. 나무를 읽고 숲을 읽을 줄 알면 누구나 나무를 심고 숲을 돌볼 수 있어요. 대학교를 나오거나 대학원을 나와야 나무를 심거나 숲을 돌보지 않아요.
대통령이 되는 일이라고 다를 수 없어요. 국회의원이나 도지사가 되는 일이라고 이와 다르지 않아요. 모두 같은 일이에요. 이름난 대학교를 높은 시험성적을 거두며 다녔어야 대통령이 될 만하지 않아요. 마음이 착하고 생각이 깊으며 사랑이 따스할 적에 대통령이 될 만하고, 국회의원이나 도지사를 할 만해요. 마음을 활짝 열고 생각을 넓게 펼치며 사랑을 고루 나눌 수 있는 몸가짐일 때에 비로소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도지사이든 할 만해요.
- “대답이나 해여, 동경대를 누가 간다구여?” “너야.” “내가?” (41쪽)
- “내가, 할 수 있을까?” “물론이지! 동경대 입학 따위는 껌이지!” (64쪽)
- “그럼, 나도 갈 수 있는 건가?” “그래, 내가 시키는 대로만 하면.” “좋아, 재미있겠는데. 한번 해 볼까.” (132쪽)
누군가 법을 세웁니다. 누군가 찻길을 닦습니다. 누군가 공장을 지어 물건을 만듭니다. 누군가 학교를 엽니다. 누군가 학원을 차립니다. 누군가 책을 엮고 영화를 찍습니다.
사회란 무엇일까요. 아이들은 왜 사회에 깃들어야 할까요. 아이들은 왜 오롯한 한 사람 아닌 ‘톱니바퀴 가운데 톱니 하나’가 되어야 할까요. 어른들은 왜 이녁 사랑스러운 아이를 스스로 씩씩하게 선 한 사람이 아닌 톱니바퀴 가운데 톱니 하나가 되도록 내몰까요.
아이들이 사랑스러운 까닭은 시험성적이 높기 때문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사랑스러운 까닭은 얼굴이 예쁘거나 말을 잘하거나 키가 크기 때문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그예 아이들이기에 사랑스럽습니다. 아이도 어른도 모두 똑같이 고운 숨결을 누리며 나누기에 사랑스럽습니다.
- “그래? 진짜 바보였구나.” “지, 진짜 바보라니, 뭐라구여!” “동경대를 나오면 인생이 180도 바뀌는데.” (52쪽)
- “사회의 룰이란 건, 전부 똑똑한 놈들이 만들고 있지. 무슨 소린지 알겠냐? 그 룰은 똑똑한 놈들이 자기네 좋을 대로 만들고 있다는 소리다.” (108∼109쪽)
- “남이 만든 룰을 따르기만 해서 만족스럽냐? 너도 남자라면 ‘남을 직접 움직이겠다’는 야심 정도는 있어야지. 가장 손쉬운 방법은 우선 동경대에 들어가는 거다.” (122쪽)
책을 많이 읽었기에 훌륭한 사람은 없습니다. 책을 많이 읽는대서 삶이 나아지지 않습니다. 책을 읽지 않아도 스스로 생각을 가다듬으면서 삶을 지을 수 있을 때에 비로소 삶이 나아집니다. 책은 하나도 모른다지만 늘 생각과 마음을 알맞게 추스르며 참다운 꿈을 꽃피울 때에 삶이 즐겁습니다.
살아가는 사람이에요. 책을 읽는 사람이 아니에요. 살아가며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대학교를 나와야 하거나, 초·중·고등학교를 착착착 거쳐야 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꿈을 북돋우면서 살아가고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돈을 벌거나 공무원이 되거나 회사원이 되어야 할 사람이 아니에요.
- “아지마랑 미즈노가 책상에 앉아서 만화를 읽고 있다며?” “만화?” “어째서 만화를?” “고전을 우선 만화로 이해시키려는 거군.” “참나, 말도 안 돼. 어디서 주워들은 지식은 있나 보군. 금방 바닥날걸.” (189쪽)
미타 노리후사 님 만화책 《꼴찌, 동경대 가다》(북박스,2004) 첫째 권을 읽습니다. 책이름 그대로 ‘일본 도쿄대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아이들을 도쿄대학교 보내는 일은 아무것 아니라는 이야기가 흐릅니다. 책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참으로 옳고 맞는 소리입니다. 도쿄대학교이든 오사카대학교이든, 교사는 누구라도 어디라도 보낼 수 있어요.
그런데 아이들을 이런 대학교나 저런 대학교에 왜 보내야 할까요. 아이들이 즐겁고 아름다우며 사랑스레 살아가기를 바라며 대학교에 보내는가요. 아이들이 꿈을 키우며 곱게 어깨동무하는 맑은 삶을 누리기를 꾀하며 대학교에 보내는가요.
아이들은 무엇을 생각하거나 바라며 살아야 할까요. 아이들한테 삶을 생각하도록 이끌지 못하고, 아이들한테 스스로 꿈을 꽃피우도록 돕지 못한다면, 교사라는 자리에서는 무엇을 하는 셈일까요.
교과서 지식을 알려주고 시험문제 정보를 들려주면 될 교사 노릇일까 궁금합니다. 오로지 도시에서 톱니 하나가 되도록 내몰면 되는 교사 구실일까 궁금합니다. 톱니를 이루는 톱니바퀴 몸통이 되도록 끌어내면 멋진 교사 몫일까 궁금합니다. 톱니바퀴라 하더라도 수많은 톱니바퀴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니, 톱니하고 똑같은 굴레 아닌가 궁금합니다.
아이들은 톱니도 톱니바퀴도 아닌 ‘한 사람’으로 살아가야 빛나리라 느껴요. 아이도 어른도, 모두모두 ‘한 사람’으로 씩씩하고 튼튼하며 해맑게 살아갈 때에 빙그레 웃고 싱긋 웃으면서 손을 맞잡고 환한 숨결로 두레를 할 만하리라 느껴요.
서울대학교 졸업자이든 대학교 졸업자이든 해마다 수없이 쏟아지는데, 이런저런 아이들이 사회에 나온다 해서 사회가 나아지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이 아이들은 졸업장은 있으나 꿈이 없고, 졸업장은 거머쥐었으나 사랑을 나누려는 마음이 없거든요. (4345.10.2.불.ㅎㄲㅅㄱ)
― 꼴찌 동경대 가다 1 (미타 노리후사 글·그림,김완 옮김,북박스 펴냄,2004.5.20./4500원)
(최종규 .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