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닐스의 신기한 여행 1 - 클래식 라이브러리 1
셀마 라게를뢰프 지음, 배인섭 옮김 / 오즈북스 / 2006년 10월
평점 :
품절
꿈을 꾸기에 꿈을 이루는 삶
[어린이책 읽는 삶 24] 셀마 라게를뢰프, 《닐스의 신기한 여행 (1)》(오즈북스,2006)
- 책이름 : 닐스의 신기한 여행 1
- 글 : 셀마 라게를뢰프
- 옮긴이 : 배인섭
- 펴낸곳 : 오즈북스 (2006.10.30.)
- 책값 : 9000원
하늘을 날고 싶다는 꿈을 꾸면 하늘을 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꿈을 꾸는 그 자리에서 꿈을 이루고, 누군가는 꿈을 이루기까지 퍽 오랜 나날을 들입니다. 꿈을 꾸는 사람은 꿈을 이루지만, 꿈을 안 꾸는 사람은 꿈을 안 이룹니다.
꿈을 꿀 때에는 가장 맑으며 가장 빛나는 넋이어야 합니다. 가장 환한 사랑으로 살아가며 가장 너른 믿음으로 지내야 합니다. 나를 사랑하면서 믿고, 이웃과 동무를 사랑하면서 믿어야 합니다. 고운 사랑은 꿈을 이루도록 이끄는 밑거름이요, 너른 믿음은 꿈을 즐기도록 북돋우는 밑바탕입니다.
.. 어머니는 아버지의 말을 한 마디도 반박할 수 없었다. 다만 아버지와는 다른 걱정을 했다. 어머니의 걱정은 아이가 너무 거칠고 버릇이 없는데다가, 동물들에게 냉혹하고, 사람들에게 못되게 군다는 것이었다. “아, 신께서 아이의 나쁜 마음을 몰아내고 다른 마음을 선물해 주셨으면!” … “내 뿔 위에 올라타고 놀아 보게 해 줄게.” “와 보라니까, 와 보라고. 네가 던진 나막신으로 등을 맞았을 때의 느낌이 어땠는지 너도 한 번 제대로 맛봐야지!” … “그 수많은 못돼 먹은 일들에 대해서 단단히 보상을 해 줄 테니까. 너를 걱정하면서 네 엄마가 숱하게 흘렸던 눈물에 대해서도.” .. (19∼20, 33쪽)
이른새벽에 누런쌀을 씻어 불립니다. 이른새벽에 누런쌀을 씻어 불려야 비로소 아침밥을 지을 수 있습니다. 흰쌀이라면 몇 차례 스윽스윽 씻고 나서 곧바로 물을 맞추고 안칠 수 있겠지요. 누런쌀은 잘 불 때까지 제법 기다려야 합니다. 일찌감치 하루를 열며 식구들 맛나게 먹을 밥을 생각해야 합니다.
쌀을 씻다가 문득 생각합니다. 나는 왜 이렇게 새벽마다 쌀을 씻는가 하고. 나는 왜 날마다 식구들 밥을 차리고 집일을 도맡는가 하고.
엊저녁 미룬 설거지를 마칩니다. 오늘 할 빨래가 얼마쯤 되는가 가늠합니다. 이러는 동안 시나브로 깨닫습니다. 나는 어린 나날부터 ‘집일을 즐겁게 도맡으며 살림을 꾸리는 아버지’로 살고 싶다는 꿈을 꾸었어요. 내 둘레 어른들 누구나 어머니나 아줌마한테만 모든 집일을 맡기는 아버지나 아저씨였어요. 내 또래 또한 가시내가 집일을 해야 하고 사내는 집일을 안 건드려야 하는 줄 여겼어요. 사촌동생들은 사내이고 가시내이고 아예 집일을 모를 뿐더러 하지 않았어요.
나는 이 모습이 도무지 말이 안 된다고 느꼈어요. 집일을 안 하거나 부엌일하고 등을 지는 사내라면 사내 구실을 못 하는 셈이라고, 아니 사람 구실을 안 하는 셈이라고 느꼈어요. 사내라면, 또 가시내라면, 아니 사람이라면, 스스로 먹고 입고 잠자는 모든 것을 스스로 가누거나 꾸릴 수 있어야 한다고 느꼈어요.
.. 닐스는 밝은 녹색의 사각형을 가장 먼저 알아보았다. 그것은 지난해 가을 파종한 호밀밭이었다. 겨울 동안 눈에 덮인 채로 녹색으로 자라난 것이었다 … 닐스는 스코네에 대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보았던 것들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이날 단 하루 만에 볼 수 있었다 … 작은 다람쥐도 자기 집에서 도토리를 꺼내서는 가지 위에 앉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찌르레기가 수염뿌리를 물고 날아갔고, 검은방울새는 나무 꼭대기에서 노래했다. 그때 닐스는 해가 이 모든 작은 생명체들에게 말하는 소리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 “깨어나라, 그리고 너희들의 집에서 나와라. 내가 여기 왔다. 이제 너희는 아무것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 (39, 42, 66쪽)
꿈이란 스스로 꾸는 대로 이룹니다. 스스로 좋다고 여기는 꿈이든, 스스로 슬프다고 여기는 꿈이든, 스스로 즐겁다고 여기는 꿈이든, 스스로 아프다고 여기는 꿈이든, 스스로 ‘이렇게 해야겠구나’ 하고 마음에 살포시 품으면, 이 꿈은 어느 날 천천히 이루어집니다.
꿈을 품는 사람은 스스로 품는 꿈이 어느 길로 나아가는가를 언제나 돌아봅니다. 꿈을 품는 사람은 꿈이 이루어질 길을 씩씩하게 걸어갑니다. 살아가며 하나둘 깨닫는데, 꿈이 있기에 사람들 누구나 목숨을 이어요. 꿈을 생각하기에 오늘 하루 새롭게 맞이해요. 꿈을 천천히 이루기에 내 삶은 내가 마음에 담은 모양대로 가만히 빛을 내요.
셀마 라게를뢰프 님이 쓴 《닐스의 신기한 여행》(오즈북스,2006) 첫째 권을 읽으며 낱낱이 느낍니다. 이 이야기책에 나오는 ‘닐스’는 스스로 하찮다고 생각합니다. 닐스는 스스로 이녁 어머니와 아버지한테서 벗어나 집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못난 짓을 일삼는 닐스는 스스로 참 못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꿈대로 이루어집니다. 집요정을 괴롭히다가 바야흐로 ‘집요정처럼 자그마한 사람’으로 바뀌어요. 흰거위랑 집을 떠나 멀리멀리 하늘을 날면서 온누리를 떠돌아요.
.. 기러기들은 길들여진 기러기들이 자기들의 말을 더 잘 알아들을 수 있게 하려고 아래로 내려가 소리쳤다. “함께 가자. 그러면 너희들도 날고 헤엄치는 법을 배우고 싶어질 거야.” 그러나 길들여진 기러기들은 오히려 모욕을 당했다고 느꼈다. 그래서 몇 마디 중얼거릴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 기러기들과 함께 여행할 수 있다면 얼마나 아름다울지, 자꾸만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 배고프고 추울 것이다, 당연하다. 닐스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대신에 일하지 않아도 되고, 공부를 할 필요도 없었다 … 닐스는 자신이 앞으로 보게 될 모든 것들과 경험하게 될 모든 모험들을 하나하나 그려 보았다. ‘집에서 일이나 하면서 이런저런 욕이나 먹는 것하고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아, 기러기들의 여행에 함께할 수 있다면, 그러면 내 몸이 변한 것이 하나도 괴롭지 않을 텐데!’ .. (43, 93, 94쪽)
세 권으로 나누어 옮겨진 《닐스의 신기한 여행》 첫째 권에서 닐스는 아직 ‘스스로 꿈꾸었기에 이루어진 삶’이 무엇인가를 제대로 느끼지 못합니다. 다만, 닐스한테 찾아온 ‘집요정처럼 자그마한 사람’이 된 삶을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닐스는 스스로 이러한 삶을 누려야 한다고 받아들입니다. 닐스는 스스로 이렇게 살며 무언가 새롭게 배워야 한다고 받아들입니다.
이리하여 닐스한테는 새로운 삶이 펼쳐집니다. 이제껏 짐승들을 괴롭히거나 들볶던 짓이 어떠한 바보짓인가를 몸소 느낍니다. 짐승과 벌레와 풀과 해와 바람과 구름이 들려주는 속삭임을 들을 수 있습니다. 다람쥐하고도 여우하고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기러기나 황새나 거위 등에 업힌 채 하늘을 날아다니며 지구별을 새롭게 바라봅니다. 이웃과 동무와 어버이를 새로운 눈으로 마주합니다.
아, 그래요. 닐스는 ‘어른이 되고’ 싶었군요. 닐스는 철부지 어린이에서 벗어나, 바야흐로 씩씩하며 아름다운 어른이 되고 싶었군요. 날마다 개구진 짓으로 말썽을 부리는 바보가 아닌, 언제나 맑게 웃고 환하게 노래하는 아름다운 어른이 되고 싶었군요.
맑게 웃는 삶을 누리고 싶기에 기러기들과 먼 길을 돌아다니며 ‘맑음’과 ‘웃음’이 무엇인가를 몸소 겪습니다. 환하게 노래하는 아름다움을 빛내고 싶기에 여러 들짐승을 도와주면서 ‘환함’과 ‘노래’가 무엇이요, ‘아름다움’을 어떻게 읽는가를 몸소 익힙니다.
.. (기러기 우두머리) 아카가 곧바로 대답해 주었다. “다람쥐, 토끼, 피리새, 박새, 딱따구리, 종달새 같은 숲과 들판의 작은 동물들과 친하게 지내도록 해 봐. 그들과 친구가 되면 위험을 미리 알려주고, 숨을 곳을 일러 주고, 아주 위급한 경우에는 너를 보호해 주려고 함께 힘을 합칠 거야.” … 처음 쿨라베리에 온 모든 동물들은 왜 이 축제를 두루미 대무도회라고 부르는지, 그 이유를 이제야 알 수 있었다. 그들의 춤에는 야성이 담겨 있었다. 그러면서도 달콤한 동경이 감정을 일깨웠다. 이 순간 싸움을 생각하는 동물은 하나도 없었다 … ‘어떻게 아카, 이크시, 카크시, 그리고 모르텐 같은 새들에게, 그리고 또 다른 새들에게 총을 쏠 수 있을까? 사람들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정말 아무 생각도 없단 말인가?’ .. (96, 137, 185쪽)
닐스한테는 마땅한 스승이 아직 없었습니다. 뭐랄까, 닐스한테는 좋은 동무조차 아직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닐스는 닐스 스스로 마땅한 스승이 되지 않았고, 닐스는 닐스 스스로 좋은 동무가 되지 않았어요.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스승이 되고 스스로 동무가 돼요. 어버이는 아이한테 삶을 가르치는 스승이면서 아이와 함께 노는 동무예요. 아이는 어버이한테 사랑을 가르치는 스승이면서 어버이와 함께 노는 동무예요. 그런데 닐스는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닐스 스스로도, 또 닐스 어버이도, 또 닐스 둘레 동무들도, 서로서로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모두들 삶을 슬기롭게 바라보지 못했어요. 모두들 삶을 사랑스레 껴안지 않았어요. 모두들 삶을 꾸밈없이 마주하지 못했어요. 모두들 삶을 아름답게 어깨동무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닐스는 집을 떠나야 했습니다. 닐스는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면서 새로운 길을 걸어야 했습니다. 닐스는 꿈을 꾸어야 했고, 꿈을 누려야 했으며, 꿈을 이루어야 했습니다.
.. “한 번이라도 저녁에 덤불 속에서 들려오는 나이팅게일의 노래를 들으면서 여기 암벽가에 앉아 저기 저 너머 칼마르 해협을 바라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섬이 다른 섬들하고 똑같은 방식으로 생겨나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할 거예요.” … “그렇다고 너희들이나 농부들도 어쩌지 못했던 그 여우들을 설마 나처럼 작고 힘없는 꼬마가 물리쳐 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작고 똑똑한 이는 많은 일을 할 수 있어.” 숫양이 대답했다 … ‘좋아, 이제 너를 도울 수 있는 것은 너 자신뿐이야, 닐스 홀게르손!’ 닐스는 이렇게 생각하면서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이제 네가 야생의 세계에서 보낸 몇 주일 동안 무언가 배웠다는 것을 증명해 봐야 해.’ .. (208, 227, 271쪽)
내가 꿈을 꾸는 어버이일 때에 아이들도 꿈을 꾸는 아이들로 살아갑니다. 내가 좋은 사랑을 빚는 어버이일 때에 아이들도 좋은 사랑을 빚는 아이들로 살아갑니다. 내가 곱게 노래하는 어버이일 때에 아이들도 곱게 노래하는 아이들로 살아가요.
내가 스스로 울타리에 갇힌 바보짓을 한다면, 아이들도 제 어버이한테서 울타리에 갇힌 바보짓을 물려받습니다. 내가 스스로 쳇바퀴를 맴도는 얼간이 꼴을 한다면, 아이들도 제 어버이한테서 쳇바퀴를 맴도는 얼간이 꼴을 이어받습니다.
환히 웃으며 부엌일을 하는 어버이 곁에서 아이들은 환히 웃으며 부엌일을 하는 즐거움을 천천히 물려받습니다. 신나게 노래하며 비질을 하고 걸레질을 하는 어버이 곁에서 아이들은 신나게 노래하며 비질을 하고 걸레질을 하는 재미를 찬찬히 이어받습니다.
어버이가 스스로 빛을 나누는 삶을 누릴 때에, 아이들은 이 빛이 참으로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버이가 스스로 사랑을 빚는 삶을 누릴 때에, 아이들은 이 사랑이 더없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버이가 스스로 꿈을 기쁘게 이루는 삶을 누릴 때에, 아이들은 바야흐로 이 꿈을 꾸면서 아이 깜냥껏 새로운 삶을 엽니다.
.. 닐스 홀게르손은 한 가지를 놓치고 말았다. 이 도시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아름답고 특별하다는 것이었다. 뒷골목의 예쁜 집들도 보지 못했다. 검정색 담장과 하얀색 모퉁이, 그리고 번쩍이는 창틀 아래로 빨간 화분받침이 있는 자그마한 집들이었다. 울긋불긋 꽃들이 활짝 피어난 정원과 덩굴로 뒤덮여 있는 폐허의 놀라운 아름다움도 스쳐 지나고 말았다 … 부모들은 모두 이렇게도 간절하게 자기 자식들을 그리워하는 것일까! 닐스는 여태껏 그런 줄을 몰랐다. 아니, 아이들이 곁에 없다고, 자신의 삶이 끝난 것처럼 그렇게 살아간단 말인가! … “어디로 가고 있니? 어디로 가고 있니?” 기러기들의 울음소리를 듣고 아이들이 큰 소리로 외쳤다. “책도 숙제도 없는 곳으로!” 닐스가 소리쳤다. “오, 우리도 데리고 가 줘! 우리도 데리고 가라고!” 아이들이 소리를 질러댔다. “올해는 안 돼. 내년에 보자!” .. (248, 307, 316쪽)
가을비가 내립니다. 여러 날 잇달아 내리는 가을비는 나한테 가을비 노랫소리를 들려줍니다. 가을비 냄새가 물씬 풍깁니다. 가을비 빛깔이 알록달록합니다.
가을비를 마주하며 가을빛을 느끼는 나라면, 나를 어버이로 삼으며 함께 살아가는 아이들은 어버이한테서 가을빛을 느끼는 가슴을 물려받아 키웁니다. 가을비를 마주하며 가을빛을 안 느끼거나 못 느끼는 나라면, 나하고 함께 살아가는 아이들은 빗소리를 알아채지 못합니다.
가을비가 지붕을 적십니다. 가을비가 도랑을 타고 흐릅니다. 가을비가 후박나무를 적십니다. 가을비가 들판을 덮습니다.
가을비 맞은 잎사귀는 더 짙게 푸른 빛깔입니다. 가을비 내리는 하늘은 더 하얗고 더 파랗습니다. 가을비 찾아드는 날은 더 선선하고 서늘합니다. 가을비 노랫소리 굵어질수록 들새나 멧새나 풀벌레 노랫소리는 조용히 잦아듭니다.
불현듯 봄비를 생각합니다. 여름비와 겨울비를 생각합니다. 철마다 다른 이 빗소리는 내 삶에 어떤 무늬로 아로새길까 궁금합니다. 날마다 다른 이 빗물결은 내 넋에 어떤 결로 스며들까 궁금합니다.
가을비는 나한테 무엇을 가르치려고 찾아올까요. 나는 무엇을 배우고 싶어 가을비를 부를까요. 가을은 나한테 무엇을 보여주려고 찾아올까요. 나는 무엇을 바라보고 싶어 가을을 부를까요.
어버이는 아이를 어떤 눈빛으로 바라보는가요. 아이는 어버이를 어떤 눈빛으로 바라보는가요. 어버이는 아이를 어떤 목소리로 부르는가요. 아이는 어버이를 어떤 목소리로 부르는가요.
.. 나무들은 아직 완전히 초록색 옷을 차려입지 않았지만, 어디서나 파릇한 새순이 돋아나고 있었다. 웅덩이마다 가득 물이 차올랐고, 웅덩이 가장자리에는 머위꽃이 활짝 피어났다 … 전혀 질서와 규칙이 없었지만 토끼들의 놀이는 숨이 가빠질 정도로 큰 흥분을 안겨 주었다. 이제 봄이 온 것이다. 재미와 기쁨이 다가오고 있었다. 겨울이 지나고 여름이 다가온다. 곧 생명이 활짝 피어날 것이다 … 첫 번째 봄비가 대지를 후두둑 두드리는 순간, 나무와 초원 위의 모든 작은 새들은 기쁨의 지저귐을 토해 냈다 … 기러기들은 길고 좁다란 그 도시 위를 날아갔다. 여기서도 기러기들은 도시 밖의 교외 지역에서 그랬듯이 시끄럽게 떠들어댔다. 그러나 도시 안으로 들어오니 한참 동안 아무도 그들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길거리에 멈추어 서서 기러기들에게 말을 건다는 것은 기대할 수 없는 일이었다 .. (20, 132∼133, 139, 314쪽)
꿈을 꾸기에 꿈을 이루는 삶을 생각합니다. 즐겁게 꿈을 꾸기에 즐겁게 이루는 삶을 생각합니다. 바보스레 꿈을 내팽개치기에 바보스레 삶을 내팽개치는 모습을 생각합니다. 어리석게 꿈을 짓밟기에 어리석게 삶을 짓밟는 모습을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밥을 먹으며 목숨을 잇는다 하는데, 밥이란 꿈이 깃든 먹을거리입니다. 밥이란 사랑이 담긴 먹을거리입니다. 꿈과 사랑이 깃들지 않은 밥을 먹을 때에는 ‘나이를 숫자로 늘릴’ 수는 있되, 삶을 빛내는 목숨을 아름다이 누릴 수는 없습니다. 아름답게 빛내는 삶을 누리려고 일자리를 찾아 돈을 버는 나날입니다. 은행계좌 숫자를 늘리려고 돈을 버는 나날일 수 없습니다. 연금도 보험도 부질없습니다. 연금이 있어야 할 삶이라 생각하니까 연금을 부어야 합니다. 보험이 있어야 할 삶이라 생각하기에 보험을 들어야 합니다.
사랑을 생각하는 삶이라면 사랑을 스스로 빚을 뿐 아니라, 내 둘레 벗님들이 사랑을 나누어 줍니다. 꿈을 꾸는 삶이라면 꿈을 즐겁게 이룰 뿐 아니라, 내 좋은 살붙이들 모두 스스로 꿈을 즐겁게 꾸며 이루도록 북돋웁니다.
닐스 홀게르손은 날마다 새로운 곳을 날아다니고 새로운 삶을 마주하면서 새로운 아이로 거듭납니다. 새로운 사랑을 빛내고, 새로운 믿음을 가꾸며, 새로운 생각을 갈고닦습니다. 《닐스의 신기한 여행》 첫째 권이 끝날 무렵, 닐스는 아주 놀랍도록 멋스러운 슬기 한 자락을 스스로 빚어 가슴으로 품습니다. (4345.9.10.달.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