낫질 글쓰기
서재도서관 어귀 풀베기를 하다가 그만 왼손 가운데손가락 둘째와 셋째 마디 사이를 1센티미터 넘게 긁었다. 얼추 마무리를 짓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서두르다가 그만 벤다. 서두르지 않았다면 베지 않았으리라. 또, 내가 낫질이 좀 서투르니까 조금이라도 더 하자고 생각하지 않았어도 베지 않았으리라. 나 스스로 생각을 잘못했기에 베고 만다.
낫질을 하다가 손가락을 벨 때에는 두 가지이다. 첫째, 스스로 서툴다고 생각할 때. 둘째, 스스로 바쁘다고 생각할 때.
제아무리 낫질이 익숙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제 결과 가락에 맞추어 낫질을 한다. 더 빠르게 하거나 더 느릿느릿 할 까닭이 없다. 낫질을 얼마 안 해 본 사람이 낫질을 오랫동안 하던 사람을 흉내내면서 할 수 없다. 이렇게 할 까닭 또한 없다. 잘 하거나 못 한다는 금을 그을 수 없다. 마땅한 노릇이다. 책을 더 많이 읽어 본 사람이 ‘어느 책 하나를 더 잘 새기거나 알아채거나 느낄’ 수 있지는 않다. 책을 더 읽어 보거나 거의 안 읽은 사람이 ‘어느 책 하나를 못 아로새기거나 못 느끼거나 못 깨닫지’는 않는다. 마음에 따라 느낀다. 마음으로 깨닫는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따로 없다. 글을 못 쓰는 사람도 따로 없다. 저마다 쓰고픈 글을 쓴다. 저마다 하고픈 이야기를 글로 담는다.
나는 그냥 풀을 베는 일을 한다. 나는 그냥 밥을 짓는 일을 한다. 나는 그냥 빨래하는 일을 한다. 나는 그냥 책을 읽고, 나는 그냥 글을 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 온 사랑을 실어 가장 즐겁게 누린다. (4345.8.26.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