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랑 편지 쓰기

 


  아이들과 살아가며 날마다 찍은 사진 가운데 쉰 장 남짓 추린다. 다달이 한 차례 사진추리기를 해서 종이에 뽑고는, 일산과 음성에서 살아가는 아이들 할머니·할아버지한테 띄우려 생각하지만, 곧잘 두 달에 한 차례나 석 달에 한 차례가 되곤 한다. 어쨌든, ‘바쁘다’고 생각하면 이 생각이 핑계가 되어 두어 달씩 미루어지곤 한다.


  2012년 8월 한복판, 더 미루지 말자 다짐하며 사진을 추린다. 사진관에 파일을 보내 주문한다. 사진을 받는다. 이제 봉투에 담아 우체국으로 가면 된다. 편지를 어떻게 쓸까 하다가, 큰아이더러 글을 써 보라 시키면 어떨까 싶다. 이제 글씨 쓰기를 한창 하는 큰아이인 터라, 큰아이더러 “할아버지 사랑해요, 할머니 사랑해요.” 하고 적도록 하면 좋겠다고 느낀다.


  아이는 연필을 꼬옥 잡고는 글씨를 쓴다. 아이들 글씨에 눈밝은 이라면 어떤 글을 썼는지 쉬 알아볼 텐데, 아무튼 글씨를 쓴다. 하루가 다르게 글씨는 정갈한 꼴을 갖춘다고 느낀다. 손아귀힘이 나날이 늘 테고, 글씨를 예쁘게 가다듬는 눈매도 나날이 늘겠지. 두 장 써야 하는 편지라 같은 글을 두 장 쓰는데, 두 장째에는 아이가 퍽 힘들어 한다. 그러더니, 두 장째에는 글씨 아닌 그림을 그린다. 편지를 쓰는 큰아이가 하늘을 붕붕 날듯 뛰노는 그림 하나를 그린다. (4345.8.23.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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