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 책읽기
옆지기가 복숭아를 먹고 싶다는 말을 듣고는 그날 바로 아이들을 자전거수레에 태워 면소재지 가게로 찾아가 복숭아 한 상자를 장만해서 싣고 돌아왔다. 열아홉 알 든 복숭아 한 상자는 이틀만에 사라진다. 옆지기도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잘 먹는다. 문득 내 몫은 안 돌아오겠다 싶어 나도 한두 알 먹다 보니 어느덧 동이 난다. 이번에는 읍내에 마실할 적에 다시 한 상자를 장만한다. 읍내로는 군내버스를 타고 나가서 군내버스를 타고 돌아온다. 두 아이 데리고 읍내로 나들이를 하고는 가방 가득 먹을거리를 장만해서 돌아오는 버스길은 퍽 고단하다 할 만하다. 이러니까 요즈음 젊은 가시버시는 모두 자가용을 장만해서 다니겠구나 싶다. 아이들이 어릴 때에 졸립다며 힘들다며 달라붙어 업어 달라느니 안아 달라느니 꾸벅꾸벅 존다느니 하면 손을 쓸 수 없다고 여겨 자가용에 태워 재우면 한결 수월하리라 여기겠다 싶다.
큰아이가 다섯 살을 곽 채운 새벽녘에 곰곰이 생각해 본다. 옆지기와 만나 여섯 해째 살아오며(2007년부터 2012년) 우리한테 자가용이 있으면 좋겠구나 하고 생각한 적은 아직 없다. 이래저래 힘들면 택시를 타면 된다고 여겼다. 인천에서 살 적에 서울로 볼일 보러 가서 여러모로 힘들면 택시를 타고 4만 원 찻삯을 치르곤 했다. 인천에서 일산으로 옆지기 어버이를 뵈러 다녀오는 길에도 4만 5천 원 찻삯을 들여 택시를 타곤 했다. 택시삯이 비쌀까? 자가용을 장만해서 굴리는 값이 비쌀까? 찬찬히 따지면 어느 쪽도 비싼값이 아니리라. 어느 쪽이든 스스로 살아가려는 길이 되리라. 옆지기와 나는 자가용이든 다른 탈거리이든 되도록 안 타려고 했을 뿐이요, 타야 할 때에는 타되, 우리 두 다리와 마음을 믿기로 했다. 아이들이 퍽 어린 이즈음은 여러모로 어버이로서 몸을 많이 써야 할 텐데, 어버이는 아이들 어리광이나 칭얼거림을 너끈히 받아 줄 만큼 기운이 새로 샘솟는다고 느낀다. 등에 짐 잔뜩 짊어지고 어깨에는 장바구니를 끼었어도 앞으로 아이 하나 안고 다닐 기운이 어느 어버이한테나 있다고 느낀다.
새벽 일찍 일어난 아이가 복숭아를 찾는다. 한손에 복숭아를 쥔다. 다른 한손에 ‘도라에몽’ 만화책을 쥔다. 일본 만화쟁이 한 사람은 ‘도라에몽’을 참 잘 빚었다고 느낀다. 아마 그이는 온 사랑과 꿈과 믿음을 만화 하나에 살뜰히 실었으리라. 고운 사랑과 좋은 꿈과 맑은 믿음이 담긴 만화인 만큼 수없이 보고 다시 보며 되풀이해서 보면서도 새삼스레 웃고 즐길 수 있을 테지. 복숭아 한 알을 키운 흙일꾼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예쁘장한 복숭아 씨앗 한 알은 집 둘레 한켠에 심자. 다음해에는 어린나무 하나를 장만해서 심으면 어떨까 하고 생각한다. (4345.8.15.물.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