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528) -화化 39 : 최소화 1
이 책은 디자인 결정과 디자인 프로세스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모든 환경문제를 인식하며 또한 환경적인 문제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도로시 맥킨지/이경아 옮김-그린 디자인》(도서출판 국제,1996) 7쪽
아무리 좋은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 하더라도, ‘좋은 말’로 손쉽게 이야기를 펼치지 않으면 즐겁게 읽다가도 이맛살을 찌푸리곤 합니다. 줄거리가 살뜰하다면 꾹 참거나 다른 생각은 않고 끝까지 읽어내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아쉽습니다. 찬찬히 마음을 기울여 쉽게 쓸 수 있고, 예쁘게 마음을 기울여 정갈히 쓸 수 있으며, 사랑스레 마음을 쏟아 알맞거나 바르게 이야기를 펼칠 수 있었으니까요.
보기글을 보면 “디자인 프로세스”라든지, “환경문제를 인식하며”라든지 “환경적인 문제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하는”이라든지 “디자이너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고” 같은 대목이 얄궂다고 느낍니다. 이런 말을 꼭 써야 했을까 궁금합니다. 이런 말이 아니라면 글쓴이(옮긴이) 넋을 나타낼 수 없을까요. 사람들이 넉넉히 알아듣기 좋도록 풀어내기란 어려웠을까요. ‘디자인(design)’ 같은 낱말은 그대로 두더라도 “디자인 결정”과 맞물려 “디자인 프로세스(process)”는 “디자인 과정”이나 “디자인 흐름”으로 적을 수 있어요. “영향(影響)을 미치고 있는”은 “영향을 미치는”이나 “움직이는”이나 “건드리는”으로 손보고, ‘인식(認識)하며’는 ‘생각하며’나 ‘살피며’로 손봅니다. 보기글 한쪽에는 “환경 문제”라 나오다가 다른 한쪽에는 “환경적인 문제”라 나오는데, 둘 모두 “환경 문제”라고만 적으면 됩니다. ‘기여(寄與)할’은 ‘이바지할’로 손질하고, “디자이너의 역할(役割)에 대(對)해”는 “디자이너 몫을”이나 “디자이너가 할 일을”로 손질하며, “설명(說明)하고 있다”는 “들려준다”나 “이야기한다”나 “다룬다”나 “밝힌다”로 손질해 봅니다.
‘최소화(最少化)’는 “가장 적게 함”을 뜻한다 합니다. 이를테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다”나 “홍수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같은 자리에서 쓴다고 해요. 뜻을 살피면 이런저런 자리에 쓸 만하겠구나 싶으나, 꼭 이처럼 ‘-化’까지 붙이는 한자말을 안 써도 되리라 느껴요.
환경적인 문제를 최소화하는
→ 환경 문제를 가장 적게 하는
→ 환경 문제를 크게 줄이는
→ 되도록 환경에 적게 문제가 되는
→ 되도록 환경을 지킬 수 있는
→ 환경을 사랑할 만한
→ 환경을 보살필 만한
…
‘최소화’라는 말씨를 생각해 봅니다. “최소가 되게 하다”라는 뜻을 담아서 ‘最少 + 化’로 적었을 테고, ‘最少’ 또한 “가장(最) 적게(少)”를 가리킨다고 할 테지요. 국어사전 말풀이 그대로 “가장 적게 함”이 ‘최소화’입니다. 낱말을 하나하나 뜯으면, “最(가장) + 적게(少) + 함(化)”입니다.
이런 말짜임을 돌아본다면, ‘최소화’라는 말씨는 잘못되지 않았습니다. 얼마든지 쓰임직합니다.
그러나, 한자로 ‘最 + 少 + 化’라고만 말을 지었어야 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들은 한자로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라 한글로, 한국말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쓰는 말 가운데 한자로 빚은 낱말이 많다고 해도, 우리 말 속살은 한국말이지 한자말이 아닙니다. 우리가 서양옷을 입었어도 서양사람 아닌 한국사람이듯, 우리가 서양집에서 살더라도 서양사람 아닌 한국사람이듯, 우리 말에 한자말이 퍽 많이 깃들더라도 우리 말은 ‘한국말’로 이루어집니다. 한자를 드러내어 쓰는 한국말이 아니라, 한글로 적어서 주고받을 수 있어야 하는 한국말입니다.
부작용을 최소화하다 → 부작용을 줄이다 / 잘못을 되도록 줄이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 피해를 줄이려고 / 피해를 덜려고
보기글에서는 말뜻 그대로 “가장 적게 하는”이나 “줄이는” 같은 낱말로 다듬을 만합니다. 환경 문제를 적게 한다는 일이란 환경을 지키는 일일 테니 “환경을 지키는”이나 “환경을 보살피는”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환경을 사랑하는”이나 “환경을 아끼는”처럼 적어도 어울려요.
말뜻을 옳게 살피고 말쓰임을 알맞게 헤아리면 말투와 말결이 한결 살아납니다. 뜻을 북돋우고 글흐름을 빛낼 수 있습니다.
맨 처음에는 말뜻 그대로 “가장 적게 한다”고 하면 됩니다. 이 다음으로는 “크게 줄인다”고 하면 됩니다. “되도록(될 수 있는 대로) 줄인다”고 해도 어울리며, 이 뜻을 살려서 “알뜰히 지킨다”라든지 “기쁘게 돌본다”처럼 적을 수 있습니다.
생각이 말을 열고, 말이 생각을 엽니다. 생각이 삶을 열고, 삶이 생각을 엽니다. 즐겁게 여는 생각으로 즐겁게 펼치는 말이요, 즐겁게 빛내는 말로 즐겁게 누리는 삶입니다. (4339.6.4.해./4341.10.1.물./4345.8.12.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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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디자인을 고르거나 디자인 흐름을 움직이는 모든 환경 문제를 살피며, 또한 숲과 마을을 사랑하도록 이바지할 수 있는 디자이너 몫을 이야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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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141) -화化 141 : 최소화 2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되 학생들이 만화를 그리며 겪게 될 수많은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이미 다 겪어 본 내가 가장 효율적인 길을 일러 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이두호-무식하면 용감하다》(행복한만화가게,2006) 266쪽
‘시행착오(試行錯誤)’는 ‘잘잘못’으로 다듬고, ‘효율적(效率的)인’은 ‘나은’이나 ‘좋은’으로 다듬습니다. ‘자신감(自信感)’은 그대로 두어도 되고, ‘믿음’으로 손질해도 됩니다.
최소화할 수 있도록
→ 되도록 줄일 수 있도록
→ 어느 만큼 줄일 수 있도록
→ 웬만하면 줄일 수 있도록
→ 줄일 수 있을 만큼 줄이도록
→ 줄이고 또 줄이도록
…
‘최소’를 말하고 싶고 ‘최대’를 말하고 싶다면, 이대로 말해도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최소로 하다”와 “최소가 되게 하다”처럼 적어야 올바릅니다. ‘최소화하다’나 ‘최소화되다’는 올바르지 않습니다.
한자말을 쓰건 미국말을 쓰건 쓰고프니 쓴다고 하지만, 낱말은 낱말이라 하여도 말투는 어긋나지 않게 추슬러야 합니다. 말투까지 무너뜨리면서 ‘내가 좋아하는 낱말이니까 내 마음대로 쓸래’라 외쳐도 될까 궁금합니다. 아니, 찬찬히 헤아린다면 아무리 ‘내가 좋아하는 낱말이니까 내 마음대로 쓸래’라 하더라도, 알맞고 올바르게 써야 할 노릇입니다.
좋은 넋을 북돋우고 예쁜 얼을 살리면서 고운 말을 빛낼 때에 즐겁습니다. 잘잘못을 줄이며 글을 써도 나쁘지 않으나, 이보다는 어여삐 나눌 사랑스러운 글은 무엇일까를 생각하면 즐겁습니다. (4342.3.24.불./4345.8.12.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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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니까 모른다고 말하되, 학생들이 만화를 그리며 겪을 수많은 잘잘못을 줄이고 또 줄이도록, 이미 다 겪어 본 내가 가장 나은 길을 일러 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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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化)' 씻어내며 우리 말 살리기
(176) -화化 176 : 최소화 3
아기가 태어난 뒤 다른 사람 손에 아기를 맡기는 걸 아예 막거나 최소화해야 한다
《메리 몽간/정환욱,심정섭 옮김-평화로운 출산 히프노버딩》(샨티,2012) 326쪽
“아기가 태어난 뒤”처럼 적은 대목이 반갑습니다. 으레 “아기가 태어난 후(後)”라든지 “아기가 탄생(誕生)한 직후(直後)”라든지 “출산(出山)한 직후(直後)”처럼 적어 버릇하거든요. 이렇게 수수하게 적는 글이 가장 알맞으면서 가장 예쁩니다. “아기를 맡기는 걸”은 “아기를 맡기는 일은”으로 손볼 수 있습니다.
아예 막거나 최소화해야 한다
→ 아예 막거나 줄여야 한다
→ 아예 막거나 되도록 안 해야 한다
→ 아예 막거나 멀리해야 한다
…
좋은 일은 즐겁게 합니다. 기쁜 일은 씩씩하게 합니다. 궂은 일도 즐겁게 합니다. 슬픈 일도 씩씩하게 합니다. 내가 느끼기에 좋은 말이 되도록 즐겁게 가다듬습니다. 내가 이웃이나 동무랑 나눌 때에 좋은 말이라고 느끼도록 기쁘게 추스릅니다.
사랑은 곁에 둡니다. 사랑 아닌 것은 멀리합니다. 사랑을 생각합니다. 사랑 아닌 것은 아예 생각을 안 합니다. 참답고 착하며 곱게 주고받을 말을 생각합니다. 참답지 않고 착하지 않으며 곱지 않은 말은 처음부터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까이할 말을 헤아립니다. 멀리할 만한 말은 생각조차 하지 않습니다. 살가이 나눌 말을 곱씹습니다. 손사래칠 만한 말은 마음을 쓰지 않습니다.
맑게 빛내기에 좋은 말입니다. 밝게 가꾸기에 예쁜 글입니다. 한국사람 누구나 한국말을 슬기롭게 생각하면서 산뜻한 말밭을 일굴 수 있기를 빕니다. (4345.8.12.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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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태어난 뒤 다른 사람한테 아기를 맡기지 말아야 하며 되도록 다른 사람이 안 만지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