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도 익혀야지
 (939) 마찬가지

 

마찬가지로 눈이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불행하다고 느낄 거야 … 이와 마찬가지로 마음이 아픈 건 우리가 정상적인 정신 상태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라고 볼 수 있단다
《요시노 겐자부로/김욱 옮김-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양철북,2012) 217, 219쪽

 

  “자신(自身)이 불행(不幸)하다고”는 “스스로 즐겁지 않다고”나 “스스로 슬프다고”로 손볼 수 있고, “느낄 거야”는 “느끼겠지”나 “느낄 테지”로 손봅니다. “마음이 아픈 건”은 “마음이 아픈 까닭은”이나 “마음이 아프다면”으로 손질하고, “정상적(正常的)인 정신(精神) 상태(狀態)에서 벗어났다는 것을”은 “옳은 마음에서 벗어났다고”나 “올바른 마음하고 동떨어졌다고”로 손질해 봅니다. “알려주는 신호(信號)라고”는 “알려주는 뜻이라고”나 “알려주는 셈이라고”나 “알려준다고”로 다듬으면 한결 낫습니다.


  그나저나 이 보기글에서는 이런저런 한자말이나 말투를 다듬는다 해서 글이 매끄럽거나 예쁘지 않아요. 여느 눈길로는 좀처럼 알아채지 못하는 얄궂은 대목이 있습니다. 첫 글월은 첫머리를 ‘마찬가지로’로 엽니다. 다음 글월은 첫머리를 ‘이와 마찬가지로’로 엽니다. 똑같이 ‘마찬가지’라는 낱말을 쓰지만, 두 낱말을 쓴 모양새가 달라요.


  이와 비슷하게 쓸 만한 다른 낱말을 넣어 생각해 봅니다. 이를테면, ‘매한가지’나 ‘비슷’과 ‘같다(똑같다)’를 생각해 봅니다. 이들 낱말을 글 첫머리에 넣는다 할 때에도 “매한가지로 눈이 하나밖에 없는”이나 “비슷하게 눈이 하나밖에 없는”이나 “똑같이 눈이 하나밖에 없는”처럼 적어도 잘 어울릴까요.

 

 마찬가지로 (x)
 이와 마찬가지로 (o)

 

  ‘마찬가지’나 ‘매한가지’나 ‘비슷’이나 ‘같다(똑같다)’를 글 첫머리에 넣을 때에는 앞 글월에 나오는 어떤 이야기를 듭니다. 곧, ‘이와’를 넣어야 글이 이어집니다. “너는 참 예뻐. 이와 마찬가지로 나도 참 예뻐.”처럼, ‘이와’라는 말마디가 들어가서 앞에 어떠한 이야기가 나오는가를 밝혀야 올발라요.


  어쩌면, “마찬가지로 나도 참 예뻐”라고만 적으면서 ‘이와’는 살짝 덜었다고 말할 수 있는지 모릅니다. 요즈음 사람들은 ‘이러하지만’이나 ‘그러하지만’이라 적어야 될 자리에 ‘하지만’이라 적어 버릇하거든요. 더군다나, 적잖은 글쟁이나 지식인은 ‘이리해서’나 ‘그리해서’라 적어야 될 자리에 ‘해서’라고만 적기 일쑤예요.


  말길이가 길어지거나 늘어지기에 이처럼 줄여서 쓸 수도 있다고 여길 만하지만, 곰곰이 살피면 말길이 때문에 줄여서 쓴다고 느끼기 힘들어요. 멋을 부리거나 치레를 하려고 자꾸 ‘새롭다 싶은 말투’로 써 버릇하는구나 싶어요. 한동안 ‘쉼표(,)’를 글 사이사이 수두룩하게 집어넣는 문학이 퍼진 적 있어요. 이야기가 새로워야 할 텐데,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얽매였달까요. 어느 모로 보면, 내 마음을 더 넓고 깊이 보여준다 할 말투라 할 수 있지만, 가만히 살피면 서로서로 생각을 주고받고 마음을 여는 길을 가로막는 말투라 할 만하기도 해요.

 

 비슷한 것을 지었다
 노래 비슷한 것을 지었다

 

  더 깊은 이야기를 아는 사람들끼리라면 “비슷한 것을 지었다”라고만 적어도 무엇을 지었다는 뜻인지 헤아릴 수 있습니다. 낯모르는 사람이 듣는다면 “노래 비슷한 것을 지었다”라고 적어야 제대로 헤아릴 수 있습니다.


  오늘날처럼 ‘바쁘다 바빠’ 하고 외치는 삶터에서는 “마찬가지로 말하자면” 같은 말투가 자꾸 퍼질밖에 없으리라 느낍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말하자면”처럼 제대로 말하는 사람은 자꾸 사라지리라 느낍니다.


  뜻을 알고 느낌을 새긴다면 2000년대 또는 2010년대 새로운 말투로 여길 수 있습니다. 새로운 삶터에서는 새로운 말투라 하듯, 오늘날 바쁘고 힘든 도시 사회에서는 “이와 마찬가지로 말하자면”처럼 말하는 한국 말투는 이냥저냥 잊어도 될 만하고 여기면서 “마찬가지로 말하자면”처럼 말해 버릇해도 된다고 할는지 모릅니다. 게다가 “이와같이”처럼 몽땅 붙여서 쓰는 사람도 제법 있어요.


  한국 말투는 벌써 무너진 지 오래라 하는 사람이 있고, 지구별을 헤아리는 마당에 영어를 배워야지 한국말을 익혀서 무엇에 쓰느냐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영어를 배우는 사람치고 영어 말투를 아무렇게나 쓰는 사람이 없을 뿐 아니라 ‘콩글리쉬’를 쓰면 엉터리라 나무라는데, 정작 한국땅에서 한국사람으로 살아가며 한국말을 알맞고 바르며 슬기롭고 어여삐 가다듬는 사람은 찾아보기 매우 어렵습니다.


  참말 한국 말투는 벌써 무너진 지 오래일까요? 참말 한국 말투는 바로 오늘 이곳에서 살아가는 어른들 스스로 무너뜨리면서 ‘예전에 무너졌다’고 둘러대는 셈 아닐까요? 참말 한국 말투를 살리거나 살찌우거나 빛낼 오늘날 어른들 스스로 제 할 몫을 안 하며 바보스레 살아가지는 않나요? (4345.7.28.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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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마찬가지로 눈이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라면 스스로 슬프다고 느끼겠지 … 이와 마찬가지로 마음이 아프다면 우리가 올바른 길에서 벗어났다고 알려주는 뜻이라고 볼 수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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