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과 발과 글
옆지기가 작은아이한테 신을 신긴다. 열넉 달째 함께 살아가는 작은아이는 이제 말을 얼마나 잘 알아듣고 예쁘게 움직여 주는지 모른다. 아마 더 어릴 적에도 작은아이는 옆지기와 내가 하는 말을 몽땅 알아들었으리라. 알아듣기는 하더라도 몸이 작고 여리니까 따르지 못했을 뿐이리라 생각한다. 어머니나 아버지가 바깥에 나가려 하면 저도 데리고 나가 달라면서 으끙으끙 하고 소리를 낸다. 작은아이를 번쩍 안아 섬돌에 앉히면 옆에 있는 제 신을 한손으로 들고는 제 발에 신기라는 시늉을 한다. 때로는 발을 들고는 얼른 신겨 달라 한다.
재미난 아이야, 하고 말하다가도, 큰아이도 작은아이처럼 천천히 무럭무럭 자랐지, 하고 되새긴다. 작은아이가 보여주는 모습은 큰아이가 보여주는 모습이요, 큰아이가 보여주는 모습은 어버이인 옆지기와 내가 보여주는 모습이다.
사람은 어떻게 얼마나 발돋움하는 목숨일까 생각한다. 사람은 손과 발을 얼마나 마음껏 놀리면서 씩씩하게 크는 목숨일까 헤아린다. 아름다운 꿈을 북돋우는 사람일까. 사랑스러운 믿음을 일으키는 사람일까. 사람은 두 손으로 무엇이든 빚을 수 있다. 사람은 두 발로 어디이든 갈 수 있다. 사람은 글을 써서 어떠한 빛이든 그릴 수 있다. (4345.7.28.흙.ㅎㄲㅅ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