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신문>에 원고지 35장 길이로 싣는 글이다. 이번 호부터 싣는데, 자원봉사로 쓰는 글이다. 한 달에 한 차례나 두 차례 쓸 생각이다. 내가 예쁘게 살아가면서 우리 살붙이들이 아름다이 생각하는 길을 여는 좋은 이웃을 돌아보는 글이 되도록 쓰려 한다. 첫 글은, 전남 고흥에 대기업과 군수가 지으려 하는 '화력발전소'를 둘러싼 이야기이다.
..
대기업 포스코는 전남 고흥에 화력발전소를 지으려고 한다. 처음에는 포항시에 화력발전소를 지으려 했지만, 포항사람들이 반대해서 포항에 못 짓고, 전남 고흥으로 눈길을 돌려 이곳에 화력발전소를 짓겠다고 한다. 포스코에서 화력발전소를 지으려 하는 곳은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내나로도’이다. 이곳 고흥 봉래면 내나로도에는 ‘우주기지’가 들어서기도 했는데, 우주기지가 있는 곳을 비롯해 내나로도는 통째로 다도해 국립공원이었다. 그런데 2011년 1월, 환경부에서는 내나로도 몇 군데 마을을 국립공원 지역에서 ‘해제’했다. 국립공원 지역에서 ‘해제’된 곳은 바로 2011년 12월에 포스코에서 화력발전소를 짓겠다고 밝히는 발전소 부지라 할 만하다. 포스코는 모두 2000MW 화력발전소를 지으려 하며, 7조 원이 넘는 공사비를 들인다 하고, 고흥군에는 피해보상금으로 수천억 원을 주겠다고 밝힌다. 박병종 고흥군수는 “포스코에서 실시하는 타당성 용역 결과가 나오면 군민에게 소상히 밝히고 군민 뜻에 따르겠다”고 7월 3일 기자회견에서 말한다. 화력발전소를 반대하는 고흥 두원초등학교 강복현 교사는 “나로도가 통째로 개발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러면 지역사람들이 포기할 것 아닙니까. 그러면 기피 산업시설이 잇달아 들어올 수가 있어요.” 하면서 화력발전소뿐 아니라 이를 발판으로 고흥을 온통 개발판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이 걱정스럽다고 말한다. 날로 전기가 모자라 발전소를 더 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정작 날로 전기를 더 많이 쓰려는 사람들 욕심을 다스리려는 생각은 드러나지 않는다. 화력발전소 때문에 몸살을 앓아야 하는 시골마을 사람들 삶과, 도시에서 너무 동떨어진 채 삶을 못 읽는 이야기를 전남 고흥에서 띄운다.
숲사람 이야기 1 - 화력발전소 때문에 아픈 고흥사람
사람은 숲에서 살았습니다
숲사람·숲마을
해가 뉘엿뉘엿 기울 무렵, 시골마을 들판은 온통 개구리 노랫소리로 가득하다. 나는 옆지기와 아이들하고 이 고운 노랫소리를 듣고 싶어 시골로 살림을 옮겨 뿌리를 내린다. 도시에서는 생협이 가까이 있고, 좋은 일을 꿈꾸는 이웃이나 동무가 많다 하지만, 또한 아름다운 삶터를 바라는 사랑을 도시사람으로 도시에서 꾸리는 일도 좋을 수 있으나, 아이들이 아직 많이 어리고 나와 옆지기가 한 살이라도 더 젊을 적에 시골에서 숲바람을 쐬고 숲마실을 하며 숲살이를 누릴 때에 한결 즐거우리라 생각했다.
곰곰이 돌이키면 사람은 누구나 숲사람이었다. 나도 옆지기도 아이들도 모두 숲사람이었다. 숲에서 태어나 숲에서 먹을거리를 얻고 숲에서 보금자리를 누리며 숲에서 맑은 숨을 마시는 한편 숲에서 고운 햇살을 쬐는 숲사람이었다. 백 해나 이백 해 앞서를 돌이키지 않더라도, 한국땅 사람들 누구나 숲사람이었다. 고작 쉰 해 앞서인 1960년대만 하더라도 한국땅은 거의 모두 숲마을이었다. 들을 일구고 멧자락에서 땔감과 나물을 얻으며 바다에서 갯것을 얻고 숲에서 풀과 나무하고 벗삼는 숲사람이었다.
숲이 있기에 사람도 새도 짐승도 벌레도 나비도 잠자리도 살아간다. 숲이 있기에, 숲에서 풀이 돋고 나무가 자란다. 숲은 따순 햇살을 푸르게 받아들여 드넓은 땅을 기름지며 구수하게 돌본다. 숲에 깃든 짐승들은 서로 예쁘게 얼크러지면서 사이좋은 사랑을 꾀한다. 숲에 깃든 사람들은 서로 곱게 어깨동무하면서 싱그러운 사랑을 꽃피운다. 푸른 숲은 푸른 사람을 키우고, 푸른 사람은 푸른 생각을 키운다. 푸른 생각은 푸른 마을을 일구고, 푸른 마을은 푸른 지구를 일군다. 숲이 있기에 지구별이 푸를 수 있지, 아파트 바깥벽에 풀빛 페인트를 바른대서 푸른 지구별이 되지 않는다. 풀잎 하나와 나뭇잎 하나가 푸른 씨앗이 되고, 푸른 씨앗은 사람들 가슴에서 푸른 사랑이 된다.
서울·고흥, 도시·시골
1990년 한국은 도시사람이 89.6%라고 한다. 2011년 한국은 도시사람이 91.1%라고 한다. 이 숫자는 앞으로 더 늘어나리라 본다. 1960년에는 도시사람이 39.1%라고 했으나, 머잖아 도시사람이 95%를 넘고 97%나 99%까지 이를 수 있겠지.
나라에서는 특별도시를 새로 만든다. 서울과 수도권에 행정과 문화와 시설이 너무 쏠렸대서 수도권 바깥으로 공공기관을 옮긴다고 하지만, 수도권 바깥에 새로운 도시를 지으려는 개발계획일 뿐, 정작 시골을 늘리거나 살찌우면서 시골사람을 보살피려는 정책은 없다. 한 번 도시에 깃든 사람은 좀처럼 도시를 떠나 시골사람이 되려 하지 않는다. 이제 한국은 ‘시민(도시사람)’이라 해도 될 만하고, 내 식구들처럼 시골사람이거나 ‘군·면·리’에서 살림을 보듬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할 만하다.
내 식구들 깃든 곳은 전라남도 고흥. 서울에서 바라보자면 아주 먼 데. 고속도로도 기찻길도 공항도 없어, 서울에서 고흥으로 오는 길은 강진이나 해남으로 오는 길보다 훨씬 멀다. 서울하고도 멀지만 부산이나 광주하고도 멀어, 전남 고흥에는 한국땅에 그토록 흔한 골프장 하나 없을 뿐 아니라, 웬만한 공장도 없고 유흥시설조차 없다. 고흥군은 농사짓기와 고기잡이로 살림을 일군다. 흙과 바다에 기대어 이제껏 살림을 일구었고, 앞으로도 이 흐름은 이어가리라 느낀다. 넓거나 높은 멧자락이나 봉우리가 딱히 없어 관광지가 안 되고, 바닷가는 다도해 국립공원이지만 대중교통으로도 자가용으로도 도시에서 한참 먼 터라, 바깥 나그네는 좀처럼 찾아들지 않는다. 그래서 내 식구들은 이곳 전남 고흥을 먼먼 앞날까지 아이들이 어른 되어 아이를 낳고, 이 아이가 다시 어른 되어 아이를 낳도록 살기 좋은 아름다운 숲터, 숲마을, 숲삶이 되리라 생각한다. 마을에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뿐이라지만, 흙과 바다와 하늘을 사랑하는 분들이라, 더없이 푸르고 해맑다고 느낀다.
화력발전소·원자력발전소
지난 2010년 11월, 나라에서는 고흥에 원자력발전소를 짓겠다고 했다. 이에 고흥군 사람들은 똘똘 뭉쳐서 나라정책을 가로막았다. 제아무리 나라에서 세운 정책이라 하더라도, 마을사람 삶을 옥죈다면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1년 12월, 포스코라는 기업에서 고흥에 화력발전소를 짓겠다고 한다. 고흥에 원자력발전소를 짓겠다 할 적에도 ‘뛰어난 기술로 깨끗하며 안전한 발전소’를 짓겠다 말했고, 화력발전소를 짓겠다 하는 요즈음에도 ‘청정·안전 기술’이라 말한다. 그러면서 이 같은 발전소를 고흥군에 짓도록 하면 수천억 원에 이르는 돈을 ‘고흥 발전기금’으로 내놓는단다.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일본 후쿠시마에서 원자력발전소가 터졌다. 발전소 일꾼이 잘못하지 않더라도 자연재해로 터질 수 있다. 고흥은 태평양에서 찾아드는 태풍이 제주섬을 지나 맨 먼저 닿는 뭍이다. 깨끗하다고는 하지만 원자력발전소가 터지니 일본 앞바다뿐 아니라 한국 옆바다까지 바다에서 난 것을 마음껏 먹을 수 없을 뿐더러 빗물조차 걱정스럽다 말한다.
그런데 무엇보다 한 가지 궁금하다. ‘깨끗하며 걱정없는’ 발전소 설비라 한다면, 전기를 많이 쓰는 도시에 지어야 알맞을 텐데. 서울과 큰도시하고 아주 먼 고흥에 발전소를 지으면 우람한 송전탑을 끝없이 어마어마하게 세워야 할 텐데. 시골에서 도시로 전기를 실어나르자면 전깃줄에서 버려지는 전기가 아주 많을 텐데.
가만히 살피면, 도시 한복판에 원자력발전소는커녕 화력발전소조차 안 짓는다. 도시 한복판에 송전탑이 가로지르는 일이란 없다. 사람들 목숨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화력발전소 매연이 깨끗하다면, 송전탑 설비를 굳이 할 까닭 없이, 도시에 화력발전소를 지어야 마땅하다. 게다가, 시골에 발전소를 지어 시골마을 땅과 하늘과 바다와 냇물을 더럽히면, 도시사람이 먹는 곡식과 열매와 푸성귀가 모두 더러워지고 만다.
국립공원·먹을거리
고흥 바닷가는 다도해 국립공원에 들어간다. 고흥 뭍 가운데 팔영산이 지난 2011년 1월부터 다도해 국립공원에 들어갔다. 고흥땅 곳곳은 언제라도 국립공원이 될 수 있다 할 만큼 푸른 숨결과 빛깔이 맑다. 그만큼 고흥 시골마을에서 심어 거두는 곡식이나 열매나 푸성귀는 맑고 깨끗하다 할 만하다. 하늘이 내린 좋은 자연을 마음껏 누리는 한편, 이 좋은 자연에서 얻은 먹을거리를 도시사람 누구나 기쁘게 누릴 수 있다.
도시사람은 제주섬에서 길어올린 맑은 샘물을 사다 마신다. 동해 깊은 곳에서 퍼올린 맑은 샘물이나 강원도 멧골짝 맑은 샘물이나 속리산이라든지 지리산이라든지 계룡산이라든지, 참말 햇살·바람·흙·들판·나무 좋은 시골마을 샘물을 뽑아올려 사다 마신다. 도시사람이 도시 한복판에 구멍을 파서 땅밑 물을 퍼올려 마시는 일은 없다. 서울도 부산도 대구도 인천도 도시 한복판에 구멍을 내어 땅밑 물을 퍼올리지 않는다. 도시 한복판에는 논이나 밭을 만들지 않는다. 도시 한켠을 흐르는 냇물 가장자리에서 고기를 낚아 어시장에서 사고파는 일도 없다. 언제나 가장 깨끗하며 좋은 흙땅에서 거둔 곡식과 열매를 먹으며, 늘 가장 깨끗하며 좋은 바다에서 낚은 물고기를 먹는 도시사람이다.
그러니까, 시골마을에는 원자력발전소뿐 아니라 화력발전소나 골프장이나 공장을 함부로 지어서는 안 된다. 시골마을 햇살·바람·흙·들판·나무를 더럽히거나 망가뜨리는 일은 곧장 도시사람 먹을거리를 몽땅 더럽히거나 망가뜨리는 일이 되니까. 시골이 무너지면 도시도 무너지니까. 도시사람이 91%이고 시골사람은 9%라지만, 논밭은 46.9%이고 도시는 16.6%이며, 30% 남짓은 숲이나 멧자락이라 한다. 거의 모든 사람이 도시에서 살아가더라도 시골이 널찍하면서 깨끗하지 못하면 도시사람은 숨도 밥도 옷도 집도 누릴 수 없는 셈이라 하겠다. 이제는 도시를 키우거나 온갖 시설을 짓느라 화석연료 전기를 쓰는 일은 그쳐야 맞고 옳으며 아름답다.
돈·자가용·아파트
포스코 회사에서 고흥땅에 화력발전소를 짓겠다면서 들일 건설비는 7조 원이 넘는다고 한다. 발전소 짓는 돈만 7조 원이요, 한전에서 송전탑을 지어 먼먼 도시까지 전깃줄을 잇자면 훨씬 크고 어마어마하다 싶은 돈이 들밖에 없다. 그런데 화력발전소를 지으려는 곳은 포스코 한 곳이 아니다. 다른 회사들은 삼천포와 삼척과 여수에 화력발전소를 지으려 한다. 화력발전소는 앞으로 더 늘어난다 하고, 대기업은 화력발전소를 지어 돈을 아주 많이 벌 수 있다고 밝힌다. 포스코 회사에서 고흥군에 수천억 원에 이르는 ‘보상지원금’을 주겠다고 밝히는 까닭은 화력발전소를 지어 얻는 큰돈이 수천억 원을 훨씬 넘기 때문이다. 아주 크나큰 돈을 벌어들일 수 없다면, 애써 화력발전소를 짓겠다고 나서지 않는다. 한국땅에서 도시사람이 91%가 넘는데다가 자꾸자꾸 시골을 없애고 도시를 지으니 전기가 모자라다고 한다. 아파트도, 아파트와 이어지는 대형마트나 문화편의시설도 모두 전기로 움직인다. 도시는 한밤조차 한낮처럼 전기로 불을 밝힌다. 아파트나 건물을 지으면서 햇볕에너지를 쓰거나 재생에너지를 쓰려고 하지 않는다. 화석연료 아닌 햇볕힘이나 재생힘으로 구르는 자동차는 만들지 않는다. 일터나 학교에 자전거를 타고 가거나 두 다리로 걸어서 가는 일은 거의 사라진다. 도시뿐 아니라 시골에서도 으레 자가용으로 일터와 학교를 다니는 요즈음 사람들이다. 이른아침부터 저녁까지 햇볕에 기대어 물건을 사고파는 저잣거리는 차츰 줄면서, 스물네 시간 내내 전기로 불을 밝히는 대형마트가 꾸준히 늘어난다.
이제 사람들은 삶을 바라보지 않는다. 이제 한국땅 사람들은 사랑을 꿈꾸거나 슬기로운 생각을 빚으려 하지 않는다. 돈을 더 벌려 하고, 더 번 돈을 더 신나게 쓰려 한다. 오직 돈을 벌어서 돈을 쓰는 굴레에 스스로 갇힌다. 어른들은 돈버는 일에 바쁘고, 아이들한테는 돈버는 지식만 배우도록 하며, 그저 대학교에 보내면 끝으로 여긴다. 아이들한테 삶과 사랑과 꿈을 물려줄 생각이 안 보인다.
지구별·한국
나는 며칠 앞서 자전거를 타고 ‘포스코에서 고흥땅에 지으려 하는 화력발전소가 들어설 곳’을 다녀왔다. 내가 사는 고흥군 도화면 신호리 동백마을에서 화력발전소 예정지인 고흥군 봉래면 예내리·외초리까지는 30킬로미터가 조금 안 된다. 멀지 않다 할 수 있으나 가깝지도 않다. 높고 낮은 멧길을 숱하게 오르내려야 해서 퍽 힘들었다. 한 시간 반을 달려 찾아갔고, 한 시간 반을 걸려 집으로 돌아왔다.
자전거를 타고 도화면을 지나 포두면을 거치고 동일면을 누비고는 봉래면에 닿는다. 자전거로 15번 국도를 즐겁게 달린다. 이웃마을 사람들이 비알진 땅에 곱다랗게 일구는 비탈논과 비탈밭을 바라본다. 구름이 내려앉아 쉬고 가는 멧봉우리를 올려다본다. 맑은 바닷물 짠내음 실은 시원한 바람을 쐰다. 따사로운 여름햇살을 온몸으로 받는다.
한여름 시골길에서 홀로 자전거를 달리며 생각한다. 이 좋은 길을 우리 아이들하고 천천히 느긋이 달리면 아주 좋으리라 생각한다. 마을마다 할머니 할아버지는 경운기를 몰기도 하지만, 으레 두 다리로 걸어서 당신 집부터 논밭을 오가며 들일을 한다. 밭둑에 앉아서 쉬고 논둑에 앉아서 해바라기를 한다. 따순 햇살이 들판을 감돌고, 좋은 구름 그림자가 흙일꾼 땀을 식힌다. 논마다 왜가리가 개구리를 잡느라 바쁘다. 바닷가마다 굴 ·김·매생이·바지락을 얻는 손길이 바쁘다. 고운 햇살과 맑은 바닷물과 싱그러운 흙과 푸른 숲이 얼크러지면서 가장 좋고 아름다운 먹을거리를 베푼다. 여태껏 어떤 위해시설이나 위험시설도 고흥땅에 깃들지 않았기에 이토록 어여쁜 시골마을이 고흥땅에 넓게 자리할 수 있으며, 이토록 어여쁜 시골마을 숲내음을 마시고 자란 아이들은 ‘비록 시골을 떠나 도시에서 살아가’더라도 맑은 생각과 밝은 사랑을 나누는 씩씩하고 튼튼한 사람으로 삶을 누릴 수 있겠다고 느낀다.
꿈·사랑·생각·이야기
사람은 숲에서 살았다. 오늘날 한국사람 거의 모두 숲에서 안 산다 하지만,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누구나 ‘숲에서 거둔 곡식과 열매와 푸성귀’를 먹어야 목숨을 잇는다. 도시사람이든 시골사람이든, 푸른 숲이 맑게 가꾸는 좋은 샘물을 마시면서 활짝 웃는다.
만화영화 〈미래소년 코난〉을 보면, 세계전쟁이 끝나고 지구별이 거의 망가진 뒤, ‘인더스트리아’라 하는 도시에서는 플라스틱을 그러모아 빵을 만들어 먹는다. 일굴 흙이 없는 도시이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는 플라스틱으로 먹을거리를 만드는 솜씨를 뽐냅니다. 아마, 플라스틱 빵이라 하더라도 영양소만 갖추면 사람 목숨을 잇도록 하겠지. 오늘날 어느 가게라도 다 갖춘 가공식품처럼.
곧, 화력발전소나 원자력발전소는 ‘플라스틱에서 쌀밥을 만드는 길’을 걷는 셈이다. 우라늄이나 석탄을 때서 전기를 만드는 일은 환경공해를 일으키며 전기를 만드는 일에서 그치지 않고, 사람들 스스로 가장 아름다운 삶하고는 동떨어진 채 물질문명에 젖어드는 삶이다. 컴퓨터도 텔레비전도 전기가 있어야 켠다지만, 반드시 화석연료를 땐 전기를 써야 할까 생각할 노릇이다. 컴퓨터나 텔레비전, 또 자가용이나 아파트, 또 은행계좌나 대학졸업장, 또 신분이나 계급, 또 상표 붙은 옷이나 신발 들이 꼭 있어야 내 삶이 아름답거나 사랑스러울지를 생각할 노릇이다.
‘환경은 조금 더럽히겠지만 친환경 화력발전이라 하는데, 지역경제 살리는 돈을 벌면 좋으리라’ 하고 여긴다면, 이 말마따나 돈을 얼마쯤 손에 쥘 수 있겠지. 그러나, 깨끗한 물·흙·햇살·바람·숲은 모두 잃어야 한다. 갯벌을 메워 땅을 넓힌 독일은 다시 땅에 바닷물을 들여 갯벌로 돌아가도록 어마어마하게 큰돈을 들이붓지만, 다시 갯벌로 돌아갈는지 모른다고 한다. 고흥 바닷가는 국립공원이요, 바닷가뿐 아니라 마을과 숲 모두 국립공원과 똑같이 아름답다. 이곳은 사람이 사랑스레 살아갈 꿈터요 살림터이다. 그리고, 서울 또한 고작 백 해 앞서는 숲에 둘러싸인 마을이었고, 천 해 앞서는 숲이었다. 이제 숲하고 멀어지거나 숲을 자꾸 없애느라 서울사람은 착한 넋과 고운 꿈과 맑은 사랑을 그예 잊는다. (4345.7.5.나무.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