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대기 냄새

 


  장마철이 되니 집안이 눅눅하다. 옷도 이불도 눅눅하다. 가끔 볕이 반짝 하고 날 때에 보송보송 마르지 않은 옷가지하고 이불을 들고 마당으로 나온다. 한두 시간이 되더라도 햇볕을 쬐면서 따순 기운을 곱게 품기를 빈다. 고작 한 시간 볕을 쬔다 하더라도 이불을 덮거나 깔 때에 냄새가 다르다. 눅눅한 채 있어야 하는 이불에서는 눅눅한 내음이 흘러나오고, 햇볕을 조금이라도 쬔 이불은 햇볕을 쬔 만큼 햇볕 내음이 퍼져나온다.


  포대기를 빨래한다. 장마철이 이어지면서 포대기도 눅눅해진다. 그렇지만 장마철에 이불을 빨래할 엄두를 못 내듯 포대기를 빨래할 엄두를 못 낸다. 여러 날 포대기 빨래를 미루다가 비가 내리지 않는 날 저녁 씩씩하게 빨래하자고 생각한다. 어찌 되었든 눅눅하고 퀴퀴한 냄새가 나는 포대기로 둘째를 업을 수 없는 노릇이다. 더디 마르더라도 빨아 놓고 보자고 생각한다. 더디 마르는 바람에 외려 꿉꿉한 냄새가 배고 말더라도 빨지 않고서야 쓸 수 없다고 여긴다.


  포대기는 이틀 만에 보송보송 마른다. 포대기를 빨고 나서 ‘이불도 이렇게 잘 마르면 참 좋겠네’ 하고 생각한다. 둘째는 날마다 다리힘을 키우니, 이 포대기도 앞으로 몇 차례 쓰고 나면 옷장에서 오래도록 잠을 잘 테지. 마지막까지 둘째 아이랑 사이좋게 어울리면서 네 좋은 내음을 나누어 주렴. (4345.7.15.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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