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장마를 어떻게 보냈을까

 


  엄살을 부리고픈 마음이 없고, 그렇다고 딱히 견주고픈 마음은 없으나, 2012년 장마철은 2011년 장마철보다 한결 수월하다고 느낀다. 아직 장마철이 끝나지 않았으니 더 두고보아야 하는데, 2011년 장마철은 2010년 장마철하고 대면 되게 힘들었는데, 이러거나 저러거나 다 살아낸다. 다른 사람들은 어찌 느끼거나 치르는지 잘 모른다. 다만, 혼자 살던 때와 옆지기하고 둘이 있던 때에는 장마철이든 아니든 썩 대수롭지 않았다. 두 사람 살림이더라도 우리 집에서는 빨래 옷가지가 얼마 없었다. 첫째가 태어나고 둘째가 태어나면서 비로소 ‘장마철과 겨울철 빨래가 참 고되구나’ 하고 깨닫는다.


  2008년부터 네 차례 장마철을 치렀다. 이제 다섯 차례 맞이하는 장마철이다. 올 장마철은 햇볕 구경하기 몹시 어렵지만, 여러 날 내리 빗줄기 퍼붓는 날은 없다. 나로서는 이 대목이 참 고맙다. 제아무리 드세게 빗줄기가 퍼붓더라도 딱 하루에서 그치고 이듬날은 빗줄기가 듣지 않고 구름만 가득하더라도 반갑다. 퍼붓는 빗줄기도 하루 내내 퍼붓지는 않고, 틈틈이 말미를 두니까 반갑다.


  해마다 장마철이면, 지난 장마는 어떻게 보냈을까 하고 떠올린다. 아이들 옷가지를 날마다 두어 차례나 서너 차례 손빨래를 하면서 ‘아무렴, 잘 보냈지. 아무렴, 올해도 잘 보내잖아.’ 하고 생각한다. 날씨가 궂고 축축해 틈틈이 새 빨래를 해서 말려야 하는 날이 끝나면, 나도 좀 수월하게 기계빨래를 할 수 있을까. 그러나, 기계빨래를 한대서 내 몸이 가뿐해진다고는 느끼지 않아, 좀처럼 빨래기계를 안 쓴다. 아니, 이제 둘째가 무럭무럭 자라 돌이 지나고 보니, 예전보다 오줌기저귀나 오줌바지가 한결 적게 나와, 날마다 빨래를 해야 하기는 하되, 빨래기계를 돌릴 만큼 빨랫거리가 넘치지는 않는다.


  어느덧 새날이 밝는다. 오늘은 오늘 몫만큼 새 빨랫거리가 나오겠지. (4345.7.14.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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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2-07-14 15:18   좋아요 0 | URL
ㅎㅎ 저도 2010년 장마때 살던 지하에 빗물이 마구 들어와 양동이로 물을 퍼낸 악몽이 생각나네요ㅜ.ㅜ

숲노래 2012-07-16 09:44   좋아요 0 | URL
에고... 지하방에서는 안 살아야 할 텐데요... 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