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줄과 제비

 


  어미 제비가 빨래줄에 앉는다. 새끼들을 한참 먹여 키울 적에도 빨래줄에 앉아 둥지를 바라보고, 새끼들을 모두 키워 스스로 날갯짓하며 날아다니도록 이끈 뒤에도 곧잘 옛 둥지 있는 집으로 찾아와 빨래줄에 앉는다. 새끼 제비는 저희가 태어난 둥지로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그런데 어미 제비만큼은 저희 새끼를 낳아 키운 둥지 있는 곳으로 날마다 한두 차례쯤 찾아와 빨래줄이나 전기줄에 앉아 한동안 옛 둥지를 바라본다.


  둘째 아이 기저귀를 넌 빨래줄 한복판에 어미 제비가 앉는다. 마침 기저귀 위에 앉는다. 제비로서는 기저귀인지 무언지 알 턱이 없을 수 있고, 굳이 알 까닭이 없겠지. 처음에는 나한테 등을 보이며 앉더니, 이내 머리를 보이며 앉는다. 이러다가 다시 등을 보이며 돌려 앉는다.


  맑은 햇살과 맑은 날갯짓과 맑은 빨래가 얼크러진다. 내 눈을 맑게 틔우고 내 마음을 맑게 다스린다. 나한테는 제비와 같은 날개가 없어 제비와 같이 하늘을 날아다닐 수 없으나, 제비를 바라보면서 제비가 날아다니며 바라보았을 이 땅 모습을 가만히 머리로 그린다. (4345.7.12.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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