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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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와 방송사와 출판사는 거의 몽땅 서울에 몰린다. 이들 서울에 거의 몽땅 몰린 신문사와 방송사와 출판사는 거의 모든 이야기를 서울이나 서울 언저리에서 찾아서 채운다. 서울 바깥으로 이야기를 찾아 나들이를 다닌다거나 서울하고 멀리 떨어진 시골에서 이야기를 느끼려는 마실을 다니는 일은 몹시 드물다. 때때로 비행기를 타고 머나먼 나라밖으로 다니기는 하지만, 정작 한국땅 골골샅샅, 아니 한국땅 이웃마을을 즐거이 찾아다니는 일이 매우 드물다. 이웃마을은 맛집이나 멋집이 아니다. 이웃마을은 관광지나 여행지가 아니다. 이웃마을은 사랑스레 꿈꾸는 사람들 좋은 터전이다.
생각해 본다. 신문사가 서울 아닌 충청도 옥천에 있다면, 방송사가 서울 아닌 전라도 구례에 있다면, 출판사가 서울 아닌 강원도 고성에 있다면, 이들 신문사와 방송사와 출판사는 이야기를 찾아 어디로 다닐까. 이들 신문사와 방송사와 출판사 일꾼은 어떤 이웃을 사귀면서 어떤 마음을 나누려 할까.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몰린 서울에서 넘쳐나는 이야기는 어떤 꿈이나 사랑을 보여준다 할 만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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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 기자나 방송사 기자는 국회의사당 같은 데에서 하루 내내 정치꾼을 지켜보곤 한다. 신문이나 방송을 채우는 이야기를 정치꾼 말 한 마디로 담곤 한다. 그런데,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신문사 기자 가운데 시골마을 모내기 이야기를 아침부터 저녁까지 가만히 지켜보거나 함께하면서 글이나 그림이나 사진으로 담은 적 있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시골마을 김매기나 가을걷이 이야기를 아침부터 저녁까지 물끄러미 바라보거나 함께하면서 글이나 그림이나 사진으로 실은 적 있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기자들은 법원에서 무슨 이야기를 찾으려 할까. 기자들은 큰회사 대표한테서 무슨 이야기를 들으려 할까. 기자들은 주식시세표와 방송편성표에서 어떤 이야기를 얻으려 할까. 기자들은 경기장과 길거리에서 어떤 이야기를 느끼려 할까.
나무한테서 이야기를 듣는 기자는 나올 수 없는가. 풀이랑 이야기를 주고받는 기자는 태어날 수 없는가. 꽃하고 무지개하고 구름하고 바다하고 냇물하고 벌레하고 들새하고 오붓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기자는 있을 수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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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는 사람이 많다. 서울에는 이야기가 많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많고 어떤 이야기가 많을까. 서울에 많은 사람과 이야기에는 어떤 사랑이 어떤 꿈결과 숨결로 있을까. 서울에는 무엇이 있을까. 숲이 없는 서울에는 무엇이 있을까. 들이 없는 서울에는, 멧자락과 바다와 구름과 별이 없는 서울에는, 해와 무지개와 새와 개구리가 없는 서울에는 무엇이 있을까. (4345.7.10.불.ㅎㄲ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