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알 깨지다
이른아침에 아이 오줌그릇을 비우려 하다가, 자그마한 새알 하나 오줌그릇에 떨어져 깨진 모습을 본다. 메추리알보다 훨씬 작은 새알은 노른자가 동그랗다. 낳은 지 아직 얼마 안 된 알이로구나 싶다. 제비집을 올려다본다. 왜 이 알 하나 떨어졌을까. 틀림없이 제비알일 텐데, 설마 뻐꾸기라도 여기에 들어와서 제비알을 밀어냈을까. 어미 제비가 똥을 누다가 그만 알을 낳는 바람에 이렇게 떨어뜨려 깨지고 말았을까.
깨진 알을 꽃밭으로 옮긴다. 흙에 닿은 노른자는 차츰 허물어진다. 노른자가 천천히 허물어지는 동안 어느새 개미가 달라붙는다. 제비알은 새끼 제비로 자라나지 못하면서 이렇게 개미한테 밥이 되는구나.
아침에 잠을 깬 식구들을 불러 제비알을 함께 바라본다. 옆지기와 아이가 손을 뻗어 제비알 크기를 헤아린다. 빈 껍데기만 아이 손바닥에 올려놓는다.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는 모든 제비들은 이렇게 조그마한 알에서 태어났겠지. 알도 작고 제비도 작다. 알도 가볍고 제비도 가볍다. (4345.6.27.물.ㅎㄲㅅ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