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글쓰기

 


  첫째 아이가 글쓰기 놀이를 한다. 맨 처음에는 기역과 니은부터 쓴다. 한글 닿소리는 기역과 니은부터 첫머리를 여니까. 여러 날 기역을 쓰고 니은을 쓴 다음, 디귿이랑 리을도 써 본다. 미음도 비음도 써 본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아이 글쓰기 놀이는 익숙해지고 차츰 글꼴을 갖춘다. 읍내 문방구에서 산 깍뚜기 공책을 혼자서 씩씩하게 다 채우며 글쓰기 놀이를 하기도 한다.


  문득 재미 삼아 다른 한글을 앞머리에 적어 준다. ‘어머니’를 적고, ‘할머니’를 적는다. 아이 이름 ‘사름벼리’를 적는다. 아이 이름 뒤에 ‘바보’라고 적으니 아이 어머니가 한 마디 한다. 글을 처음 가르칠 때에는 가장 사랑스러운 말을 익히도록 적어야지요. 곧바로 내 바보스러움을 깨닫고는 ‘사랑’이라고 새로 적는다. 아이는 아버지가 적은 글 밑에 그림을 그리듯 글을 쓴다. 아이는 입으로 주고받는 말은 으레 들었으나 글로는 처음이다. 하루하루 꾸준히 듣고 적바림하며 손가락에 힘이 더 붙겠지.


  예쁜 아이야, 예쁜 손으로 예쁘게 글을 쓰고 예쁘게 생각을 키우며 예쁜 하루 마음껏 누리렴. (4345.6.15.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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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2-06-14 23:12   좋아요 0 | URL
오~ 벌써 글씨를 쓰고 익히는군요.
볼펜보다 4B연필로 쓰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숲노래 2012-06-15 03:03   좋아요 0 | URL
아버지가 볼펜을 쓰니 아이도 볼펜을 곧잘 써요.
볼펜으로도 쓰고 연필로도 쓴답니다~

책읽는나무 2012-06-16 06:22   좋아요 0 | URL
ㅎㅎ
'바보'라고 말씀하시니 갑자기 둥이들 작년에 낱자 가르쳐줄때,
갑자기 신랑이 'ㅂ'자는 '바보'할때 두 개나 들어간다~ 라고 일러주는거에요.
어감이 별로 좋질 않아 저도 곁에서 한 소릴 했었는데요.
(남자들은 약간 다 그러한 면이 있나봐요?ㅋ)

근데 아이들은 다른 것은 기억 하나도 못하는데 'ㅂ'자만 보면
"엄마! '바보'할때 쓰는 '비'자죠?"하더라구요.ㅋㅋ
지금은 그때 그런 대화가 오고 갔는지 전혀 기억 못하더라구요.
사실 '바보'는 그리 나쁜말이 아닌데 아이들은 또 딴엔 아주 심한 욕이라고 생각하니~ㅠ

확실히 사름벼리는 책을 많이 읽어서인지 글도 좀 빨리 쓰는 것같아요.

숲노래 2012-06-16 06:31   좋아요 0 | URL
책을 거의 안 읽어요 ^^;;;

곁에서 아버지가 늘 글을 쓰니까
저도 곁에서 '글 쓰는 놀이'를 하며
연필을 아주 단단히 잘 쥔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