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글쓰기
첫째 아이가 글쓰기 놀이를 한다. 맨 처음에는 기역과 니은부터 쓴다. 한글 닿소리는 기역과 니은부터 첫머리를 여니까. 여러 날 기역을 쓰고 니은을 쓴 다음, 디귿이랑 리을도 써 본다. 미음도 비음도 써 본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아이 글쓰기 놀이는 익숙해지고 차츰 글꼴을 갖춘다. 읍내 문방구에서 산 깍뚜기 공책을 혼자서 씩씩하게 다 채우며 글쓰기 놀이를 하기도 한다.
문득 재미 삼아 다른 한글을 앞머리에 적어 준다. ‘어머니’를 적고, ‘할머니’를 적는다. 아이 이름 ‘사름벼리’를 적는다. 아이 이름 뒤에 ‘바보’라고 적으니 아이 어머니가 한 마디 한다. 글을 처음 가르칠 때에는 가장 사랑스러운 말을 익히도록 적어야지요. 곧바로 내 바보스러움을 깨닫고는 ‘사랑’이라고 새로 적는다. 아이는 아버지가 적은 글 밑에 그림을 그리듯 글을 쓴다. 아이는 입으로 주고받는 말은 으레 들었으나 글로는 처음이다. 하루하루 꾸준히 듣고 적바림하며 손가락에 힘이 더 붙겠지.
예쁜 아이야, 예쁜 손으로 예쁘게 글을 쓰고 예쁘게 생각을 키우며 예쁜 하루 마음껏 누리렴. (4345.6.15.나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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