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찍기
― 아이들은 어떤 이웃인가

 


  사진을 찍는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가장 좋아하는 사진감이 있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한테는 글감이 있고, 그림을 그리는 사람한테는 그림감이 있듯, 사진을 찍는 사람은 스스로 온 사랑과 믿음과 꿈을 담는 사진감이 있습니다.


  내 사진감은 ‘헌책방’입니다. 나는 1999년부터 헌책방을 사진으로 담습니다. 헌책방을 처음 다닌 때는 1992년인데, 1998년 봄과 여름에 비로소 사진을 배우고서는 가끔 헌책방 언저리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다가, 1999년이 되어 내 삶을 들일 내 사진감은 헌책방으로 삼을 때에 가장 즐겁다고 깨달았습니다. 여섯 달 즈음 이곳도 찍고 저것도 찍으며 어느 사진감을 붙잡아야 할까 하고 살폈는데, 막상 나한테 가장 즐거운데다가 사랑스러운 사진감은 가장 가까이 있는 줄 뒤늦게 알아차렸어요.


  네 식구 살아가는 시골마을에서도 내 사진감은 늘 헌책방입니다. 시골에서 살아가며 헌책방을 찾아갈 일은 아주 드물어, 몇 달에 한 번 나들이를 할까 말까 싶습니다. 그래도 나로서는 내 사진감이 헌책방이라 말합니다. 어제 모처럼 헌책방마실을 하며 사진기 두 대를 기쁘게 챙깁니다. 헌책방에 닿아 홀가분하게 책을 살피며 사진을 찍습니다. 오랜만에 왔으니 신나게 찍자고 생각하려는데, 사진기 단추를 얼마 안 누릅니다. 자주 다니며 자주 찍으면 나로서도 내 사진감을 한껏 북돋운다 할 텐데, 뜸하게 다니며 몇 장 못 찍으면 내 사진감을 이래저래 북돋우기 어렵다 할 텐데, 이 모습 저 모습 닥치는 대로 찍고 싶지는 않습니다.


  시외버스를 타고 한 시간을 달려 시골집으로 돌아옵니다. 시골집에서는 언제나 아이들을 사진으로 담습니다. 아이들과 마을 곳곳을 걸어다니며 사진을 찍습니다. 아이들이 태어나고부터는 어느 결에 ‘아이들’이 내 새 사진감이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골목동네에서 살아가던 지난날에는 아주 저절로 ‘골목길’이 내 새삼스러운 사진감이 되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을 사진으로 담을 때를 돌이키고, 골목길을 사진으로 옮길 적을 헤아립니다. 나는 언제나 내가 가장 사랑하는 모습을 내 가장 좋은 사랑을 기울여 사진으로 빚습니다. 아이들 사진을 함부로 찍지 못합니다. 우리 집 아이라 하더라도 아무렇게나 찍을 수 없습니다. 더 살피고 더 헤아리며 더 아끼는 손길로 사진을 찍습니다. 내 보금자리 깃들던 골목동네 또한 이 삶터를 사랑하며 좋아하는 눈길로 사진을 찍습니다. 골목길을 추억이나 개발이나 소외나 변두리 같은 이름표를 붙이며 사진을 찍을 수 없습니다. 내 꿈을 즐겁게 이루는 좋은 벗으로 여기는 사진감입니다.


  문득 아이를 바라봅니다. 시골마을 어디에나 흔하게 피고 지는 들꽃을 한손 가득 꺾어 손에 쥐고 놉니다. 다섯 살 아이는 묻습니다. “나는 왜 꽃을 좋아해요?” 이 아이가 여섯 살이 될 때에는 어떤 말을 물을까 궁금합니다. 열다섯 살이 되고 스물다섯 살이 되면 또 어떤 말을 물을까 궁금합니다. 아이가 자라는 동안 나는 늘 아이 곁에서 아이를 사랑스레 바라보며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나 스스로 사랑하는 마음이 한결같다면, 걱정할 일도 근심할 까닭도 없겠지요. 나는 늘 내 가장 빛나는 사랑으로 우리 집 빛나는 아이 삶빛을 사진으로 옮길 테고, 드문드문 헌책방마실을 하더라도 내 가장 반가운 웃음으로 내 더없이 아름다운 헌책방 책시렁을 사진으로 아로새길 테지요. (4345.6.13.물.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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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urquoi28 2012-06-13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어여쁩니다~
맑고 밝고 따스한 기운이 저에게로 스며듭니다..^^

숲노래 2012-06-13 23:23   좋아요 0 | URL
모든 아이들은 모두 어여쁜데,
너무 많은 어버이들은
이녁 아이들이 얼마나 어여쁜 줄을 잘 모르는 듯해요.
가만히 바라보면
날마다 얼마나 놀라운 모습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