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닿기를 5
시이나 카루호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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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이름을 불렀을 때
 [만화책 즐겨읽기 155] 시이나 카루호, 《너에게 닿기를 (5)》

 


  아이 이름을 부릅니다. 아이를 ‘예쁜이’라고도 부르고, ‘똥똥이’라고도 부르며, ‘돼지’라고도 부르다가, ‘돼순이’나 ‘돼돌이’라고도 부르고, ‘오줌쟁이’나 ‘똥쟁이’라고도 부릅니다. 처음에 아이들은 어느 이름이든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입니다. 이런 이름이든 저런 이름이든 아이들 목숨에 깃든 넋은 한결같으니까요.


  그런데 아이를 바라보며 ‘바보’라느니 ‘똥개’라느니 하고 자꾸 부르면서 아이 스스로 이런 이름에 익숙해지면, 아이는 그만 ‘바보’가 되고 ‘똥개’가 됩니다. 어버이가 붙이는 이름이든, 동무들이 따로 붙이는 이름(별명)이든, 이 이름은 모두 아이 삶이 되어요.


  곧, 아이를 바라보며 ‘사랑이’라 부르면, 아이는 더없이 사랑스러운 님이 됩니다. 아이를 마주보며 ‘꿈이’라 부르면, 아이는 가없이 너른 꿈을 품는 벗이 됩니다. 아이를 얼싸안으며 ‘착한이’라 부르면, 아이는 그지없이 착한 빛을 나누는 이슬떨이가 돼요.


- “깨, 깨끗이 세탁한 거니까 걱정 마. 더러운 손수건 아냐.” (6쪽)
- “왜 내가 너랑 같이 이런 얘길 해야 돼?” “난 기쁜데. 이런 얘기 하는 거 처음이거든.” ‘이러니저러니 해도 쿠루미는 날 어엿한 한 사람으로 인정해 주고 있는 거야. ‘그런 것’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 건, 쿠루미도 카제하야랑 마찬가지니까.’ (10쪽)

 


  아이를 바라보며 ‘사랑이’라 부를 때에는, 아이도 사랑스러운 아이가 되지만, 어른도 사랑스러운 어른이 됩니다. 아이를 바라보며 ‘미운이’라 부를 적에는, 아이도 미운 아이가 되면서, 어른도 미운 어른이 돼요.


  우리 어른들이 토론이나 논쟁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말다툼이나 말잔치를 벌일 때에,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나듯 마구 깎아내리거나 비아냥거리는 모습을 아주 쉽게 볼 수 있어요. 나는 이런 모습을 문득문득 볼 때면 무척 슬프게 생각합니다. 왜 스스로를 갉아먹는 말을 해야 할까요. 왜 스스로 바보가 되는 말을 해야 하나요.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나듯 내뱉는 ‘헐뜯는 말’은 맞은편을 헐뜯지 못해요. ‘헐뜯는 말’을 내뱉는 내 넋을 헐뜯을 뿐이에요.


  입으로 거친 말을 내뱉을 때에는 ‘거친 말 내뱉는 사람’ 스스로 거친 사람이 되고 거친 생각이 되며 거친 삶이 되고 말아요. 입으로 따스한 말을 노래할 적에는 ‘따순 말 노래하는 사람’ 스스로 따순 사람이 되고 따순 생각이 되며 따순 삶이 될 수 있어요.


  말은 생각을 다스려요. 생각은 말을 다스려요. 넋은 삶을 이끌어요. 삶은 넋을 이끌어요. 말과 넋과 삶은 언제나 한 흐름이기 때문에, 스스로 하는 말이 넋이 되고 삶이 돼요. 스스로 꾸리는 삶이 넋이 되며 말이 돼요.


- ‘우리는 똑같이 카제하야를 좋아하고 똑같은 사람을 똑같은 마음으로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런데도, 같은 마음을 가졌어도 친구는 될 수 없구나. 그럼 우리는 뭐가 되는 걸까? 쿠루미. 아무것도 아닌 건가?’ (14쪽)
- ‘그 순간 내 세계는 모든 게 바뀌어 버렸다. 이름을 불러 준 그 순간, 난 이미 사랑에 빠져 버린 거야.’ (47쪽)

 

 


  누군가 내 이름을 불렀을 때, 내 이름을 부른 사람은 ‘내 이름을 부를 때 마음’ 그대로 이녁 삶입니다. 내가 누군가 바라보며 이름을 부를 때, ‘이녁 이름을 부르는 내 마음’에 따라 내 삶이 달라져요. 믿음을 실어 이름을 부르면 서로 믿음직해요. 사랑을 품어 이름을 부르면 서로 사랑스러워요.


  사랑이 이루어지는 까닭은 서로를 사랑스레 부르기 때문입니다. 사랑이 안 이루어지는 까닭은 서로를 사랑스레 부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꽃은 꽃이 피기를 바라는 사랑이 온누리에 가득하기에 필 수 있습니다. 열매는 열매를 맺기 바라는 꿈이 지구별에 가득하기에 맺을 수 있어요. 잎사귀도 씨앗도 모두 잎사귀와 씨앗을 바란 넋이 있어서 피고 질 수 있어요. 새로 태어나는 목숨은 온 땅에 새 기운 넘실넘실 춤추기를 바라는 얼이 있어서 태어나요.


- “쿠로누마는 오해받기 쉽지만, 이런저런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사실을 말해. 그래서 난 쿠로누마가 ‘이렇다’고 하면 ‘그렇구나’ 하고 믿어.” (23쪽)
- “우와? 의외로 컬러풀하잖아?” “방은 나만 쓰니까, 안 어울려도 남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 것 같아서.” “바보, 넌 생각이 너무 지나쳐.” (57쪽)

 

 


  참으로 이름을 부르는 대로 무엇이든 태어난다고 느껴요. 어떤 마음이 되어 이름을 부르는가에 따라 무엇이 어떻게 태어나는지 달라진다고 느껴요. 그래서, 시이나 카루호 님 만화책 《너에게 닿기를》(대원씨아이,2007) 다섯째 권을 읽으며 ‘이름’ 하나 사람들마다 어떻게 깃드는가를 곰곰이 생각합니다.


  내 어버이는 나한테 내 이름을 어떤 마음으로 붙여 주었을까요. 나는 내 아이한테 아이 이름을 어떤 마음으로 불러 주는가요. 나는 내 둘레 사람들 이름을 어떤 마음으로 부르는가요. 내 둘레 사람들은 내 이름을 어떤 마음으로 부를까요.


  기쁜 마음인가요. 슬픈 마음인가요. 사랑 담는 마음인가요. 미움 섞인 마음인가요. 즐거운 마음인가요. 뿌듯한 마음인가요. 믿음직한 마음인가요. 못 미더운 마음인가요. 《너에게 닿기를》에 나오는 아이들은 서로한테 어떻게 닿기를 바라면서 서로가 서로를 어떤 마음으로 어떤 이름을 부를까요.


- ‘마음 가득 보물이 늘었어.’ (60쪽)
- “고마워, 사와코.” “아냐, 난 한 것도 없는데.” “한 게 왜 없어? 네가 같이 있어 줘서 즐겁게 쇼핑할 수 있었잖아!” (126쪽)

 


  아마, 금도 은도 보석도 보배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돈도 은행계좌도 땅문서도 자동차도 아파트도 보배가 되리라 생각해요. 그런데, 이런저런 물질을 가득 품에 안는 사람이 가장 즐겁거나 사랑스럽게 살아가는지 알쏭달쏭해요. 마음속에 보배를 안지 않는 사람도 즐겁거나 사랑스럽게 살아가는지 아리송해요.


  어떤 나날일 때에 즐거울까 생각합니다. 어떤 마음일 때에 사랑스러울까 헤아립니다. 사람은, 나무는, 꽃은, 새는, 벌레는, 풀은, 바다는, 하늘은, 구름은, 별은, 해는, 무지개는, 비는, 달은, 흙은, 바람은, 어떠한 결과 무늬와 빛깔일 때에 가장 빛나며 아름다울까 궁금합니다.


  만화책 《너에게 닿기를》에 나오는 ‘사와코’를 둘러싼 아이들은 서로서로 가장 따순 마음으로 서로를 부르면서 사랑을 보살핍니다. (4345.6.10.해.ㅎㄲㅅㄱ)

 


― 너에게 닿기를 5 (시이나 카루호 글·그림,서수진 옮김,대원씨아이 펴냄,2007.13.15.4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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