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94] 그림자빛

 

  나는 사진을 찍기 때문에 사진을 생각합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주고받는 말을 곰곰이 헤아립니다. 나는 사진을 사랑스레 찍고 싶기 때문에 사랑스레 찍을 사진을 생각합니다. 사진을 사랑스레 찍을 때에 서로서로 사랑스레 주고받고 싶은 말을 하나하나 헤아립니다. 그래서, 나로서는 ‘카메라’나 ‘촬영’ 같은 말이 달갑지 않습니다. 나로서는 그저 ‘사진기’로 ‘찍을’ 뿐입니다. 나는 ‘사진 찍는 사람’이나 ‘사진쟁이’일 뿐, ‘사진작가’나 ‘포토그래퍼’가 아닙니다. 나는 ‘사진말’을 붙이지 ‘캡션’을 붙이지 않아요. 다른 분들은 ‘플래쉬’를 터뜨린다 하지만, 나는 굳이 ‘불’을 터뜨리며 찍지 않습니다. 나는 사진기를 손에 ‘쥘’ 뿐, ‘그립’을 쓰지 않습니다. 때때로 ‘세발이’를 쓰지만, ‘트라이포트’나 ‘삼각대’를 쓰는 일은 없어요. 무엇보다, 내 눈으로는 온누리가 ‘무지개 빛깔’ 아름다운 모습이로구나 싶어 ‘무지개사진’을 찍습니다. 꼭 ‘칼라사진’을 찍어야 한다고 느끼지 않아요. 빨강이라 하더라도 모두 같은 빨강이 아니듯, 까망이나 하양도 늘 같은 까망이나 하양이 아니에요. 그래서 ‘까망하양’으로 이루어졌다 하는 ‘흑백사진’을 찍는 자리에서도, 여러모로 헤아린 끝에, 빨강도 푸름도 파랑도 노랑도 ‘까망하양’ 결로 다 달리 녹여내어 품는 ‘그림자사진’으로 찍는다고 이야기합니다. (4345.5.29.불.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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