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 하는 마음
아버지가 삽질을 하면 금세 끝낼 일인데, 아이가 곁에서 삽질을 하겠다고 달라붙으면 오래오래 지켜보면서 기다립니다. 아버지가 한 번 떠서 붓는 삽질 할 겨를이면 아이로서는 열 번쯤 떠야 합니다. 삽 한 자루로 마당 일을 하다가 삽을 아이가 슬쩍 쥐어 일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생각합니다.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사진 몇 장 찍으며 생각합니다. 나는 일을 빨리 끝내고 싶은가. 나는 혼자 집 안팎 온갖 일을 다 치르고 싶은가. 나는 아이들과 예쁘게 살아가고 싶은가. 우리 아이들이 어여쁜 몸짓으로 어여쁜 삶을 누리도록 이끌고 싶은가. 손을 움직여 삶을 일구는 나날을 아이 스스로 기쁘게 맞아들이기를 바라는가.
삽질은 얼른 끝내야 하기에 아이한테 다른 일을 맡기려 할 무렵, 아이가 삽질이 힘들다며 삽을 내려놓고 다른 ‘일거리’라기보다 ‘놀이거리’를 찾아 달려갑니다. 아이는 여기에 붙으며 이 일을 살피며 부대끼면서 배웁니다. 아이는 저기에 붙어 저 일을 들여다보며 복닥이면서 사랑합니다. (4345.5.28.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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