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빛 모 책읽기
모내기를 앞둔 시골마을 논자락에는 모판에서 볏모가 푸르게 자란다. 볍씨에서 막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며 줄기를 올리는 볏모는 포근하며 시원한 논으로 옮기면 더 깊이 뿌리를 내리고 더 높이 줄기를 올리겠지. 푸른 들판은 푸른 숨결을 내뿜으며 여름을 난다. 가을에는 누렇게 익은 벼가 몸을 살찌우며 겨울을 맞이하도록 한다. 사람들은 벼에서 알맹이를 먹는다지만, 벼 알맹이를 먹기 앞서까지 논에서 푸른 빛깔 드러내던 볏잎 숨결을 먹었다. 벼 알맹이를 먹을 때에는 한 알이 뿌리내려 수백 알이 되는 너른 목숨을 먹는 셈이다. 한 포기씩 알뜰히 건사하며 모를 낸다. 열 포기 백 포기가 모여 논자락을 이룬다. 사람들은 벼 한 포기가 긴긴 여름부터 가을까지 받아들인 햇살을 함께 먹고, 벼 한 포기가 오래오래 마신 빗물을 함께 마시며, 벼 한 포기가 언제나 쐬던 바람을 함께 쐰다. 볏포기에 스미는 사랑은 숟가락 들어 밥그릇 비우는 사람들 가슴으로 새삼스레 천천히 되스민다. (4345.5.18.쇠.ㅎㄲㅅㄱ)

